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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플랜 B 좌절시켜야

2022-04-18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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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의 용맹스런 응전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건 두루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점차 커지는 위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키이우와 주변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은 실패로 끝났지만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를 겨냥한 모스크바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해안접경지를 통째로 잃게 될 뿐 아니라 토막 난 국토의 삼면이 고스란히 모스크바의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신속하고도 과감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군사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칸 카사포그루는 허드슨 인스티튜트의 요청에 따라 작성한 에세이를 통해 전쟁 초기 몇 주간의 전황을 설명하며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북부와 남부 지역에서 두 건의 전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 중 후자가 모스크바에게 훨씬 성공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기지에서 병력과 물자를 빼내 메리토폴과 헤르손을 장악할 수 있다. 현재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포위됐고, 그 안에 갇힌 채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재보급조차 받지 못한다. 우크라이나의 아조프해 접근로는 완전히 막혔고, 카사포그루의 지적대로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에서 돈바스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는 육상 통로를 확보했다. 지금 러시아는 헤르손에서 오데사까지 서쪽방향으로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오데사는 대단한 전리품이다. 이곳은 세계로 통하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교역 항구이자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다.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오데사는 1905년 짜리스트 러시아가 겪어야 했던 숱한 난제의 단초가 된 전함 포템킨의 선상반란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만약 이곳이 함락되면 우크라이나는 내륙국이 되고 흑해는 러시아의 앞마당 호수로 변하고 만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자국어 사용자들이 절대다수인 옛 영토 몰도바까지 무력사용을 확대하려들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같은 결과를 러시아어 사용자들을 해방시키고, 전략요충인 여러 도시와 항만을 추가하면서 우크라이나를 힘없는 속국으로 만든 위대한 승리로 제시할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선 절대 안 된다. 우크라이나는 이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맹렬히 저항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는 미콜라이브 시를 통해 헤르손으로부터 진격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이곳과 오데사를 연결하는 교량과 철로를 폭파한 지역 주민들의 필사적인 저항에 막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번주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넵튠 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해 러시아의 미사일 순항함을 침몰시켰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한 가지 기억해야할 사실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 러시아의 방위비가 우크라이나 국방예산의 열배에 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푸틴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군사작전을 이어가기로 작심한 듯 보인다. 미국과 서방은 여기에 어떻게 맞서야할까? 우선 지금하고 있는 모든 지원조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막강한 비대칭 전투력을 가져다줄 강력한 무기를 필요로 한다.

러시아의 취약점과 우크라이나의 강점을 정확히 예견했던 마크 허트링 예비역 소장은 움직임이 둔한 러시아군을 상대로 기민한 작전을 펼치는데 필요한 군장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헬리콥터, 무장 험비차량, 다중포켓발사시스템과 모든 종류의 드론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번 전쟁에서 터키가 제공한 드론은 놀랄 만큼 탁월한 성능을 과시했다. 허트링은 우크라이나에게 미국산 ‘카미카제’ 드론, 정보수집 드론과 함께 터키산 드론을 추가로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흑해에 집결하고 있는 러시아 해군 역시 오데사에 커다란 위협이다. 러시아 해군은 오데사를 봉쇄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선 후방으로 상륙작전을 감행할 수 있다. 넵튠 미사일의 대대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해군을 막을만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나토는 1990년대 발칸전쟁 당시 취했던 것과 유사한 조치를 강구해야한다. 나토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 도시로 진입해 공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러시아군이 재보급을 받지 못하도록 흑해 주변 해상을 봉쇄해야한다. 나토의 전함들은 공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해야하며, 접근하는 선박들에 대해 나토군이 작전 중이라는 통지와 함께 작전해역에 진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발령해야 한다.

전 나토 연합군 총사령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예비역 제독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제까지 취한 조치들을 지지하면서도 모든 전선에서 보다 공격적인 서방측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와 방공시스템을 제공하고 러시아의 사이버공격을 막아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흑해의 “러시아 전함을 침몰시킬 수 있도록” 대전함 미사일을 공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우크라이나에 16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제공했다. 한편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올 한 해 동안 러시아에 지급할 대금은 무려 3,200억 달러에 달한다. 이같은 허점이 존재하는 한 경제제재만으로는 전쟁을 끝내도록 푸틴을 압박할 수 없다.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압력은 우크라이나 남부지역에서 러시아군에게 결정적인 패배를 안겨주는 것이다. 푸틴의 플랜 A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의 플랜 B가 성공하도록 놓아두어선 안 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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