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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친구, 우익 포퓰리스트들 여전히 “기세등등”

2022-04-11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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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자 다양한 그룹에 속한 정치 해설가들은 재앙의 먹구름 안에 숨어있는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그들은 진보진영을 겨냥한 블라디미르 푸틴의 공격이 수년째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익 포퓰리스트 세력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내고 이들이 내건 정당성의 기치를 꺾어놓을 것으로 믿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대중주의 시대를 끝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같은 학자는 이번 전쟁이 대중으로 하여금 우익 민족주의에 등을 돌리도록 만드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안타깝게도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 6주째로 접어드는 지금까지 이 같은 생각은 희망사항의 범주에 머물러있다.

헝가리와 프랑스의 선거가 좋은 본보기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애틀랜틱지에 실린 에세이가 시사하듯,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제한적 자유를 옹호하는 등 친-푸틴 발언을 일삼아온 프랑스의 극우파 지도자 마린 르펜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유럽의 정치판도에 지각변화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당황한 오르반이 “전쟁을 중심으로 선거의 프레임을 다시 짜려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프랑스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위기를 헤쳐 낼 지도자는 “오직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현실은 전혀 다르다. 오르반은 압도적인 표 차로 4번째 총리직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이끄는 연합정당은 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4% 정도의 표를 얻는데 그친 야당 연합세력을 넉넉히 물리쳤다. 같은 날, 세르비아는 푸틴의 골수 지지자인 포퓰리스트 후보에게 몰표를 던져 대통령으로 재선출했다. 4월10일로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우세가 봄눈 녹듯 사라진데 비해 르펜의 지지율은 약진했다. 뉴욕타임스는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프랑스 우파가 최대 승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최소한 유럽에서 우익 포퓰리즘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일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진 않지만 그렇다고 대중의 관심을 장악하고 있지도 않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친-러시아계 유럽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전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푸틴 숭배자인 헝가리 총리에 속이 뒤집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선거를 앞두고 “푸틴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유럽의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오르반을 저격했지만, 그의 도박은 실패로 끝났다.

미국에서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 초반 몇 주 동안 공화당은 이전의 강경외교노선으로 회귀하는 듯 보였다. 특히나 중견의원들은 반-푸틴, 친-우크라이나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러시아의 1차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푸틴을 칭찬해온 공화당의 최고 인기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선 한사코 언급을 피하고 있다. 폭스뉴스의 최고 시청율 보유자인 터커 칼슨은 2년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충돌 당시 자신은 러시아 편이라고 선언했다. 그 이후 칼슨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화학무기 연구소가 있다는 러시아측의 선전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오르반이 이미 오래 전에 유권자들로부터 점수를 딸 만한 몇몇 꼼수를 취한 사실은 눈여겨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는 자신이 선거에서 구조적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헝가리의 민주주의를 조작했다. 지난 2010년, 그는 240만 명의 헝가리계 해외 거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면서 자신이야말로 그들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유일한 정치인이라고 떠벌렸다. 선거권을 얻은 해외 거주자들은 환호했고, 다음 선거에서 오르반에게 몰표를 던졌다. 오르반은 독립적인 언론을 대부분 말살했고, 정부는 공공기금으로 작성한 오르반의 선거 벽보를 전국 곳곳에 대량 배포하는 등 선거운동에 적극 개입했다. 프리덤 하우스는 이 같은 행태를 이유로 유럽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헝가리를 ‘제한적 자유’ 국가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와 그 이외 지역에서 우익 포퓰리즘은 여전히 진정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르펜은 물가상승의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돌리는 등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이득을 보고 있지만 근본적인 인기의 근원은 그녀가 거침없이 표방하는 문화적 민족주의이다. 오르반, 르펜과 다른 우익 정치인들은 이민자들과 다문화주의를 끊임없이 공격한다.

이와 동시에 이들 우익 지도자들은 구 우파가 내세웠던 자유 시장경제 원칙의 상당부분을 유보한다. 르펜은 마크롱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비난하는 한편 주당 35시간 근무제와 조기은퇴와 같은 프랑스 좌파의 국가주의 정책을 수용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보호무역주의와 산업정책에 찬동하는 좌파 인사들을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르반은 자신의 소속당이 선호하는 단체에 후한 국가보조금을 제공하는 등 일종의 포퓰리스트 국가주의 정책을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왔다.

미국의 경우, 칼슨은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의 언급하지 않는 대신 연일 사회정의와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정치와 취소 문화를 성토하는데 집중했다. 론 디 산티스 공화당 주지사와 같은 유력한 공화당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우파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오늘날 가장 시급한 세계적 현안은 아동들을 상대로 성적 유연성이라는 의식화교육을 시키는 교육위원회이다.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는 주로 나이 들고 교육수준이 낮은 지방의 유권자 계층에 특히 인기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대서양의 양쪽 편에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에 충분한 머릿수와 열정을 지녔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 모두가 확실히 깨달아야 한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 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 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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