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의 경제 과제
2022-03-11 (금)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의 앞에는 험난한 경제 과제가 가로놓여있다.
당장 급한 불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 1월 소비자물가가 7.5% 상승해 40년 만의 최고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도 7.2%로 31년 만에 가장 높다. 한국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 수준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반영되기 전 숫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고 환율도 달러당 1,230원대로 뛰어 물가 압력이 매우 높아졌다.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돈의 현상이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그런데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가 이달 말까지여서 이 중요한 시기에 정책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이 협의해 후임을 곧 선정할 필요가 있다.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나 제롬 파월 현 의장처럼 식견과 소통 능력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통화 스와프 등 국제적인 협력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공급 차질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원유와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 뾰족한 수는 없지만 미국·유럽 등과 협력해 공급망 붕괴의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또 재정 적자에 대해 신경 써야 한다. 선거 직전 추경으로 올해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 원, 국가 채무는 1,075조 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기에 여야 모두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50조 원을 추가 지출하겠다고 했는데 재원이 불분명한 만큼 적자와 채무가 확대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대응이 최우선 과제인 현시점에서 국채를 발행해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기름을 붓는 일이다. 국가 채무가 확대되면 원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환율 상승 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각각 300조 원 내외의 재정 지출을 통한 공약 사업을 내걸었는데 재원 조달 방안이 없으면 이 또한 국채 시장 불안을 키우므로 서두를 일이 아니다.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재정 준칙’을 법제화하라고 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현재 세계적 에너지 문제는 전쟁 등 지정학적 원인도 있지만 탄소 중립을 이행하느라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급격히 줄이는 과정에서 온 충격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석탄 등 화석연료 감축과 문 대통령의 탈원전 방침에 따른 원전 감축을 동시에 추진하도록 계획을 짜서 문제가 더 컸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는 물론 문 대통령 자신도 원전의 중요성을 인정했으므로 이제 원전 활용을 포함한 합리적인 탄소 감축 계획을 만들어야한다.
부동산은 현 정부 실패에 비춰 공급 확대가 해결책이라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따라서 정책 방향을 공급에 맞추되 주택 몇백만 가구 건설 등 숫자에 연연한 대책을 내놓기보다 공급 활성화를 지원하는 대책이 바람직하다. 대선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폐지 또는 감면 등의 공약이 나왔었다. 방향성에 동의하지만 세제를 바꾸는 데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 정부가 스무 번이 훨씬 넘는 대책을 발표하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임기응변식 대책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하락이든 상승이든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가용 외환 보유액이 고작 39억 달러인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다. 현재 한국 경제를 당시와 비견할 수는 없으나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융시장 불안이 크고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상황이다. 이제 경제를 챙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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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