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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더 많이 쓰는 것, 그것이 최대치의 사치”

2022-01-07 (금)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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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문학상 대상 손보미, 단편 ‘불장난’으로 수상 영예

“내일 더 많이 쓰는 것, 그것이 최대치의 사치”

4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손보미 작가. [사진제공=문학사상]

“그저 오늘도 쓰고, 내일은 더 많이 쓰는 것. 그게 제가 소설에게 부릴 수 있는 가장 최대치의 사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손보미(42) 작가의 단편소설 ‘불장난’이 올해로 45회째를 맞은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손보미는 3일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을 통해 전한 수상 소감에서 “이십 여 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내 마음을 얼얼하게 만든 소설(은희경의 ‘불임파리’)과 내 ‘불장난’이 같은 상의 수상작 목록에 올랐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기쁘다”고 전했다.

손 작가는 2009년 ‘21세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 중편 ‘우연의 신’,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등을 잇따라 내며 소설적 상상력이 탁월한 중견 작가로 성장했다.


수상작인 ‘불장난’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다. 사춘기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겪는 정서적 불안과 내적 갈등이 학교 생활과 이어지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심사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권성우는 “사춘기의 상처와 치기, 갈등과 추억, 수치심과 굴욕감, 외로움과 열정, 금기 파괴의 열망을 형상화해 글쓰기의 기원과 욕망을 인상적으로 되돌아본 수작”이라며 “어떤 작가에게나 자신이 왜 숙명적으로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암시하는 작품이 있을 텐데, 손보미의 ‘불장난’이 바로 그런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윤대녕 작가는 “손보미 소설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내적으로 손상된 어딘가 낯선 존재들’의 고요한 역경을 섬세하고 집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이상문학상은 1977년 제정된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로, 이문열, 이청준, 최인호, 신경숙, 은희경, 김훈, 한강 등 당대 최고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해 왔다. 2020년에는 수상 예정 작가들이 출판사 측의 일방적인 저작권 계약 조항 등을 문제 삼아 수상 거부를 선언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출판사 측은 권위에 치명상을 입은 이상문학상에 대한 전면 쇄신 작업에 돌입, 심사 과정의 투명성 제고와 작가의 출판권 및 저작권 인정, 대상 상금 인상(5,000만원)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쇄신 작업 후 지난해 재시행한 이상문학상의 첫 수상작은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이었다. 하지만 이미 국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60대 작가의 작품을 선정한 것이 지나친 여론 의식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대상을 받은 손보미 외에 강화길의 ‘복도’,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 서이제의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 이장욱의 ‘잠수종과 독’, 최은미의 ‘고별’ 등 5편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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