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금 후 착취 ‘현대판 노예제’ 충격

2021-12-06 (월) 박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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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아주서 농장주 및 인력업체 24명 기소

▶ 이민자들 최악의 작업·주거환경… 범죄조직도 연관

조지아주 남부의 농장들에서 이민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착취 및 불법감금, 학대 등을 자행한 현대판 노예제도 운영자들에 대한 단속이 이뤄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의 지난 3일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및 중미에서 온 1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일을 했다는 것이다. 총기폭력의 위협 속에서 노동자들은 맨손으로 양파를 채취하고 수확량 한 통에 20센트의 임금을 받았다. 최소 2명이 작업중 사망했고, 어떤 이들은 반복적인 성폭력에 시달렸다는 것이다.

이민 노동자들은 전기 울타리가 쳐진 수용소에 감금됐으며, 하수도가 새는 더러운 트레일러에서 생활했고, 음식과 안전한 식수에의 접근이 차단됐다.


조지아주 남부 연방검찰은 지난주 착취를 일삼은 농장주 및 인력공급 회사 직원 24명을 중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양파꽃 피우기 작전’으로 명명된 이번 수사는 미국 최대의 인신매매 및 비자사기 수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기소장에 의하면 노동자들은 교통, 음식, 거주 등에 불법적인 비용을 부과받았으며, 농사일만 하도록 고용됐으나 잔디관리, 건설, 수리 작업에 동원됐다. 도주를 막기 위해 이들의 여권과 서류 등은 압수됐다. 때론 노동자들에 대한 매매도 이뤄졌다.

데이빗 에스테스 조지아 남부지방 연방검사장 대행은 “우리 법집행 파트너의 노력으로 현대판 노예의 족쇄에서 100명 이상의 개인을 해방시키고 우리는 사슬에 묶은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관련자들이 활동한 곳은 앳킨슨, 베이컨, 커피, 태트널, 툼스, 웨어카운티 등이며, 농장주들은 계약업자에게 임금을 지불했다. 범죄 조직이 얻은 수익은 2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농장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솔리마 머카도-스펜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라며 “조지아에선 이런 일이 오랜 관행이었고, 비단 여기 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일”이라고 증언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사기 수법에 따라 H-2A 비자를 받고 입국했다. 지난해 조지아에 이 비자를 받고 입국한 외국인은 2만7,614명으로 플로리다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다. H-2A 비자를 받고 들어오면 스폰을 한 회사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어 “회사를 그만두거나 맘대로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길 수 없다”고 솔리마 변호사는 설명했다.

알레한드로 마요카스 연방 국토안보부 장관은 지난 10월 이민 집행을 위한 우선순위 변경을 발표했다. 당국은 과거 행정부의 관행처럼 작업장에 대한 대규모 급습을 통해 비인가 근로자를 표적으로 삼는 대신 이제 노동법을 위반하는 ‘착취 고용주’와 사업을 타겟으로 삼고 있다.

<박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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