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뷰] “80세 지금이 전성기… 차세대 교육에 올인할 것”

2021-10-25 (월)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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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회 50주년 맞아 LA 찾은 김진홍 목사
빈민촌 사역으로 출발… 소외 이웃들과 ‘두레 공동체’

▶ 교회·학교·농장이 어우러진 공동체 성공적 운영 중…LA 등 곳곳에 분교 “대안학교로 글로벌 인재 양성”

[인터뷰] “80세 지금이 전성기… 차세대 교육에 올인할 것”

목회 50주년을 맞아 LA를 방문한 김진홍 목사가 차세대 교육에 헌신할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현대 한국 교회사는 반세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빠른 부상과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해방과 전쟁 이후 개신교의 교세는 날로 확장되었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기복신앙과 복음주의에 경도된 신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1위의 종교로 부상했다. 그러나 지나친 성장주의와 세속화, 물질주의, 실종된 목회자윤리, 타종교에 대한 배타성 등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도를 잃었고,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는 가톨릭이 1위로 올라선 반면 개신교는 한참 아래로 처졌다.

그 영욕의 교회사에서 이름을 남긴 이들이 있다. 한경직 목사로부터 시작해 조용기, 김진홍, 하용조, 옥한흠, 곽선희, 김삼환, 홍정길, 김홍도, 김동호, 전병욱 등 한때‘스타목사’로 불린 개신교 지도자들이다. 80~90년대 전성기를 누린 이들은 지금 모두 은퇴했거나 타계했고, 몇몇은 비자금 의혹이나 세습 문제로 불명예스런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예외적인 한 사람이 있다. 올해 80세, 목회 50주년을 맞은 김진홍 목사다. 아직도 ‘현역’이고, 어쩌면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그는 처음부터 다른 궤적을 밟아온 목회자였다.


청계천 빈민촌에서 사역을 시작했고, 밑바닥 인생들과 남양만에 두레공동체를 세워 동고동락했으며, 도시선교가 아니라 땅과 자연을 일구는 창조적인 목회를 이끌어왔다.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려 테입선교와 온라인선교를 해왔고, 이를 통해 맺어진 해외 두레회원들의 후원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북한선교를 해온 것도 남다른 공적이다.

지난 10월3일 목회 50주년을 맞은 김진홍 목사가 LA를 찾았다. 그동안 미국 베이커스필드 등 여러 곳에 세웠던 두레마을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현재 ‘동두천두레마을’의 대표로서 교회와 학교와 농장이 어우러진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사역을 열정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대안학교, 교육사역이 그것이다. 80나이에 어느 때보다 활력 넘치는 김 목사를 인터뷰했다.

-목회 50주년 감회가 어떠십니까

▲1971년 10월3일 개천절이던 일요일에 활빈 두레교회를 창립했습니다. 그때 청계천 판자촌에서 빈민선교를 하던 중에 척추결핵으로 다 죽어가던 소년을 살린 일이 있었지요. 병원에는 가보지도 못하고 부모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아예 포기한 아이였는데, 백방으로 애를 쓰고 보살폈더니 얼마 후 완쾌됐어요. 그걸 본 동네 어른들이 기적이 일어났다며 예배당을 세워달라고 요청해 시작한 것이 활빈교회였습니다.

이번 50주년 기념예배에는 그때 열두 살이었던 김학형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해 정말 뜻 깊었습니다.

-10년 전 세운 동두천두레마을은 어떤 곳인지요


▲2011년 구리두레교회에서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동두천의 황폐한 돌산 8만평을 샀습니다. 당시 건강을 검진한 의사가 “앞으로 20년은 거뜬히 살 것”이라 하길래 새로운 개척에 나선거지요.

지난 10년 동안 공동체는 꾸준히 커졌고 교회, 수도원, 마을, 학교, 농장 사역이 놀라운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교회는 두 곳인데, 신광두레교회는 교인이 700명 정도, 두레온라인교회는 세계 24개국에서 95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마을에는 38세대가 콘도를 분양해 살고 있고, 교사들과 스태프도 30여명 상주하면서 교육하고 농사짓고 봉사하는 복지공동체를 이루고 있지요.

두레가 생산하는 식품의 신뢰도가 높아서 농장과 양봉에서 생산하는 꿀, 감자, 배추, 각종 장류의 연 매출이 10억원에 달해요. 또 수도원에서 여는 10일 금식수련회의 인기가 무척 높은데 해외에서도 많이 찾아옵니다.

-대안학교는 어떤 학교입니까

▲8년전 인터넷 중독청소년들을 치유하려고 세운 ‘숲속창의력학교’가 4년전 ‘두레국제학교’로 발전했고, 이번 학기부터 ‘두레글로벌아카데미’가 되었습니다. 이름 그대로 세계수준의 경쟁력과 창의력을 지닌 전문인을 육성하는 학교지요. 대안학교를 세운 이유는 현 정부의 교육방침이 사회주의 스타일로 하향평준화 됐기 때문입니다.

전교조가 복귀하면서 과학고와 특목고 등을 없애고 교육이 관제화되어 황폐해지고 있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성경에 기초한 교육, 세계를 알고 비전을 갖게 하는 교육,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을 제시하려합니다. 이미 이중언어가 완벽한 최고의 교사진 20여명이 합류했어요.

-구체적으로 일반학교와 무엇이 다른지요

▲처음부터 해외유학이 목표이고 영어, 체육, 과학, 성경 중심의 공부를 합니다. 올해부터 초중등학교까지 12학년제로 확장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로 공부하고, 6학년과 중 1년은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체력과 사회성을 기르고 다양한 과목을 공부합니다. 그리고 중 2년부터 졸업 때까지 5년간은 해외 5개국 분교를 돌며 국제교육, 현장교육을 받게 되지요.

미국 LA, 독일 뒤셀도르프, 이스라엘 예루살렘, 스페인 마드리드, 그리고 호주에 분교가 설립될 예정입니다. 현재 호주 외에는 장소와 부지가 다 정해져 개교할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LA에는 어디에 분교가 세워지나요

▲부에나팍에 학교와 기숙사시설을 짓고 있어요. 내년 2월 개교 예정입니다. 건물을 제공한 독지가는 시카고의 은퇴사업가 심선희·심현식씨 부부입니다. 이 분들은 작년에 10일 금식수련회에서 은혜 받은 후 50만 달러를 쾌척하기도 했죠.

팬데믹 동안 여자기숙사와 도서관, 과학실, 운동시설을 확장했는데 건축비용 150만 달러 중에서 130만 달러가 미국에서 왔습니다. 심선희씨가 50만 달러, 텍사스의 은퇴 여의사 화자 머피씨가 70만 달러, 그리고 일반 두레회원들이 10만 달러를 보내주었지요. 두레를 믿고 사랑하는 해외 한인들이 두레의 큰 힘입니다.

-해외 분교에 현지 학생들도 다닐 수 있나요

▲두레아카데미 학생들을 위한 학교이지만 자원과 상황이 허락하면 현지 학생도 받는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육의 미래는 어떻습니까

▲지금 한국 청년들은 대학 나와서 다들 공무원이 되겠다고 공무원시험 공부를 합니다. 머리 좋은 인재는 다 법대로 몰려 고시공부만 하고, 이과대에서는 성형외과 의사들만 배출하고, 공과에서도 30%는 고시공부를 합니다. 판검사만 나오는 나라에 무슨 장래가 있겠어요? 우리나라는 자원이라고는 사람밖에 없으니,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으로 승부를 걸어야합니다.

이런 움직임에 많은 호응이 있고, 몇몇 대형교회들이 대안학교를 세우려 하고 있어요. 이들과 함께 연대하여 흐름을 조성하면 교회의 망가진 브랜드 가치, 이미지도 격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은퇴 연령을 훌쩍 넘기고도 건강한 비결이 무엇인지요

▲산에서 살아서 건강합니다. 매일 걷고 노동하지요. 80세인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젠 탐나는 것도 부러운 것도 없어요. 50년 목회에서 한도 많고 영욕도 있었지요. 실수하고 욕먹고 대가도 치렀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하나는 목사가 내 체질이라는 거예요. 설교를 너무 좋아해서 설교하면 피곤이 다 풀립니다. 매일 수도원과 채플, 교회에서 새벽, 아침, 오후예배 등 여러 차례 설교하는데 많을 때는 하루에 네 번도 합니다. 그래도 피곤한 걸 모르겠어요.

-남은 삶에서 어떤 결실을 기대합니까

▲인생 말년은 차세대 교육에 올인 할 겁니다. 평생 하던 일 중 최고로 재미있어요. 9회 말에 안타를 친 것처럼 신바람이 납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창조정신, 개척정신, 공동체정신을 길러주는 교육을 위해 남은 삶을 헌신하겠습니다.

<정숙희 기자>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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