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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 연료와 원자력의 반격

2021-10-19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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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에너지가 폭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텍사스 중질유 가격은 이미 배럴 당 80달러를 돌파했고 이에 따라 미국 내 개스값은 작년 대비 갤런 당 1달러 이상 올랐다. 앞으로 90달러가 넘을 전망이라고 하니 물가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천연 개스 값도 연초 대비 250%가 올랐는데 이와 함께 올 겨울 난방비와 전기값의 상승이 예상된다.

이처럼 석유와 천연 개스 값이 오르는 첫번째 원인은 코로나가 한풀 꺾이면서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은 원인으로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화석 연료가 찬밥 취급을 받아 공급이 대폭 줄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은 ‘프래킹’(fracking)이라는 신기술 덕분에 하루 1,300만 배럴을 생산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수요가 급감해 유가가 폭락한데 이어 바이든 집권 이후 석유 시추에 관한 각종 인허가와 감독이 까다로와지면서 대부분 석유 회사가 새 유정 개발을 대폭 축소했다. 이에 따라 지금 미국내 석유 생산량은 작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상태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첫날 캐나다에서 걸프 연안까지 석유를 나르는 키스톤 XL 계획안 허가를 취소했다. 그리고는 연방 정부 소유 토지 내에서와 알래스카 북극 야생 동물 보호구역 내 석유 개발을 중단시킨 것은 물론 석유 산업에 대한 투자를 어렵게하는 행정 명령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렇게 하고 석유 생산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사태가 다급해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석유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생산량을 늘려줄 것을 호소하고 있지만 새 유정을 개발해 석유를 뽑아 정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미국은 전기와 개스값이 오르는 정도지만 중국은 아예 전력난으로 공장이 멈춰섰다. 중국 동북부에 있는 지린, 라오닝, 헤이룽장 등 3성은 전기가 없어 공장을 돌리지 못하고 있고 이런 사태는 남부 주들로 확산되고 있다. 전력난이 심화되자 불안을 느낀 중국인들이 양초를 사재기하는 바람에 주문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폭등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호주와의 외교 분쟁으로 중국 정부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바람에 석탄가가 50% 넘게 치솟아 화력 발전소들이 발전을 멈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까닭은 중국 정부가 206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며 화력 발전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화석 연료 가격이 크게 오르자 세계 각국은 원전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선두주자가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친환경 에너지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프랑스 2030’ 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소와 소형 원자로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탄소 배출을 위해 원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5년간 300억 유로를 소형 원자로와 전기 자동차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물론 체코와 폴란드 등 유럽 연합 10개국 경제 에너지 장관들도 공동 기고문 형식으로 주요 신문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후 변화 위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가장 결정적이고 신뢰할만한 에너지인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 해변 일대는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발전이 급감하면서 전기값이 곳에 따라 40% 이상 폭등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 사용을 대폭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크게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별개 문제다. 미국내 전체 발전량중 43%는 천연 개스, 석탄 19.9%, 원자력 8.7%, 수력 7.2%고 신재생 에너지로 불리는 풍력은 10%, 태양광 3.9%에 불과하다.

한국도 전기 생산량의 36%는 석탄, 원자력 29%, 천연 개스 26%, 재생 에너지는 6.6% 수준이다. 누가 봐도 석탄과 천연 개스, 원자력을 제쳐두고 재생 에너지만 가지고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날씨에 따라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탈원전 정책을 고집해 왔다.

지구 온난화 방지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실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재생 에너지만을 고집한다면 경제난과 서민들의 고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화석 연료와 원자력 발전에 관한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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