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말이 되나…’-. 넷플릭스 ‘전 세게 오늘의 톱10’차트에서 수 주째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고 하던가. 그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고난 후의 개인적 소회다.
무자비하고 살벌한 서바이벌 게임을 다루었다. 한 번 ‘루저’가 되는 순간 자동소총으로 즉결처형식으로 살해되는. 그러니 도무지… . 그런데 고단하고 힘든 삶. 그 가운데 일확천금을 노리는 세상. 그게 오히려 현실감이 있다며 전 세계의 시청자들이 환호하고 있다는 거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그 이름만 들어도 먼 별나라에서 온 것 같다. 그런 회사들이 5,000만원이니, 3억5,000만원을 투자해 수 백 억에서 수 천 억 원을 벌어들였다. 일확천금도 이런 일확천금이 없다. 현실인가. 도무지 허황하기만 하다.
계속 폭로되는 이야기들은 이렇다. 정치권력이 이 일확천금 게임의 한가운데 있다. 거기에다가 전 대법관 등 내로라하는 법조인들이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해 함께 꿀을 빨아왔다. 입막음을 위해 엄청난 액수의 돈이 뿌려졌고 관련된 정관계 사람이 수십 명이 넘는다. 그리고….
픽션보다 더 기막힌 현실이다. 걸린 돈이 기껏 456억 원 밖에 안 되는 ‘오징어 게임’은 아주 시시하게 들리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이한 것은 이 초대형 게이트의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여당의 대통령 예비후보 이재명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대가리가 깨어져도 우리 후보’란 식으로 열성 지지자들이 집결하고 있다. 마치 집단 히스테리라도 걸린 것 같이.
더 불가해한 것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보이고 있는 침묵이다. 전 국민이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아무 말이 없다. 방탄소년단을 대동한 해외나들이나 하면서. 그 행태가 투명인간 같다.
2021년 가을 대선길목에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초현실적인 상황. 어떻게 봐야 하나.
문재인 정권 5년, 특히 조국사태이후 대한민국을 사로잡은 시대정신(?)은 단연 ‘내로남불’이다. 그 ‘내로남불’이 갈 데까지 간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혹이 이재명 예비후보 측근까지 번지고 있는데도 특검도, 국정조사도 한사코 가로막고 있는 집권층의 행태에서 그 일단이 드러나듯이.
이 대한민국의 현실과 관련해 그리고 뭔가 한 가지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느낌이다.
‘고질화된 대형 부패는 민주주의를 내부에서부터 붕괴시키는 가장 치명적 위협 요소다’- 극히 상식적인 경고로 들린다. 문제는 그 부패를 권위주의 형 체제들, 특히 중국공산당(CCP)은 국제적 영향력 확대와 민주체제 붕괴 등을 목적으로 전략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포린 어페어지가 일찍이 내린 진단으로 ‘혹시…’라는 상념을 떨칠 수 없게 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가 반드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온갖 비리로 얼룩진 문 정권 5년, 그리고 그 비리 수사를 입법폭주를 통해 한사코 막아 온 권력. 그 배후에 보이지 않는 뭔가의 알파가 도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다.
CCP는 어떤 방식으로 부패를 전략무기로 사용하나.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등 선진 민주주의 체제를 대상으로는 중국에 비판적인 언론이나 기구에 재정적 압박을 통해 압력을 가한다. 반면 친중 목소리를 내는 언론이나 싱크 탱크, 대학의 연구기관 등에게는 재정적 후원을 통해 보상을 한다.”
포린 어페어지의 폭로로 CCP는 ‘공자학원’ 등 다양한 기관과 민간 사회단체까지 이용하는 ‘통일전선 네트워크’를 통해 심지어 외국의 정당까지 뇌물공여 등의 수법으로 침투해 왔다는 것.
후진국, 혹은 민주주의의 토대가 허약한 나라를 상대로 한 CCP의 부패전략은 보다 직설적이다. 막대한 뇌물제공을 통해 소수의 집권 엘리트 그룹을 ‘부패의 사슬’로 묶어 놓는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오직 중국공산당 찬양으로, 이런 그들을 통해 그 나라의 정책은 중국에 극히 호의적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의 지적이다.
그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방대한 자금을 풀어 해당 국가의 시민단체, 언론 등을 동원해 중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한다. 그리고 여론몰이에서 시민사회 조종 방법에 이르기까지 고도화된 중국공산당의 체제유지 선진기법(?)을 훈련 등을 통해 전수하고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미심쩍은 게 하나 둘이 아니다. 전 세계가 ‘공자학원’으로 난리다. 중국어 교육과 문화를 전파하는 기관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의 이념 선전 거점임이 들통이 나서다. 23개의 ‘공자학원’이 들어서 있는 한국은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한 마디로 무풍지대다.
6.25를 왜곡하는 영상공정(映像工程)도 모자라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문화 동북공정을 펴고 있다. 한국문화를 중국의 속국문화로 둔갑시키려 들고 있는 것이다. 한복은 중국의상이라는 식으로.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다.
하기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입만 열면 ‘중국몽’찬양이다. 외교장관은 중국의 ‘늑대외교’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고위인사가 방한이라도 하는 날이면 집권여당 사람들이 구름떼 같이 몰려드는 판이니.
‘오징어 게임’ 안에는 뛰어넘지 못하는 계급의 한계가 존재한다. 참가자들은 모두 ‘루저’로, VIP의 놀잇감에 불과하다. 밀실에서, 베이징을, 평양을 무대로 문재인의 사람들은 게임을 구상하고 있다. 그들만을 위한 시스템을 영속시키는. 국민이라는 ‘루저’는 장기 말로 보면서.
썩은내가 진동하는 가운데에도 ‘어게인 2018’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대선 승리를 위해. 이게 ‘화천대유의 환각’뒤에 숨어 있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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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