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연계 덮친 코로나19, 무찌르느냐 안고 가느냐

2021-09-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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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덮친 코로나19, 무찌르느냐 안고 가느냐

/사진제공=음공협

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덮친 대중음악 공연계는 2021년에도 암울했다. 잡힐 것 같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며 곧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막막함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중음악 공연계는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협회를 발족하고 조금씩 상황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백신 접종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싹트고 있다.

공연업계, 2021년에도 타격은 계속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약 1년 8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러 크고 작은 공연들이 무산되거나 기한 없이 연기되며 대중음악 공연 업계는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취소·연기를 반복한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결국 재개되지 못하고 1년 6개월 여정의 막을 내렸으며, '미스트롯2' 공연은 첫 발조차 떼지 못했다.

타격은 숫자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를 회원으로 둔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취소된 공연은 총 1089건에 달한다. 티켓이 80%가 판매됐다는 가정 하에 추산한 피해금액은 1840억원이다.

마땅한 대책 없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며,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은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정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음공협은 성명서를 통해 "매출 감소뿐 아니라 강제적인 취소 및 연기로 인한 추가 손실액까지 떠안으며 줄도산과 폐업으로 이어졌다"고 업계의 처참한 상황을 알렸다. 또 "프로덕션 업체와 종사자, 무대 위에 주인공인 가수와 연주자들이 다른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소식은 이제 마스크만큼이나 흔한 일상이 돼버렸다"고 호소했다.

더 큰 악재는?

대중음악 공연계에 더욱 큰 타격을 준 것은 우왕좌왕한 방역 지침이다. 공연 관련 방역 기준은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단 5개월 사이에 5차례나 변경됐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변하는 방역 지침과 이로 인한 강제적 취소·연기는 공연업계에 추가적 손실을 떠안게 했다.

지난 7월 나훈아 부산 콘서트도 공연 직전 '등록 공연장'이 아니면 콘서트를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려 갑작스럽게 취소된 사례다. 지난 2월에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 네스트 나다에서는 공연 30분 전 갑자기 방문한 마포구청 위생과 직원이 공연 취소 통보를 내린 적도 있다.


한 동안 불분명한 기준 탓에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 타 장르 공연이 계속됐던 것과 달리, 대중음악 공연만 진행되지 못한 점도 불안감 조성에 한몫하고 있다. 똑같이 거리두기, 인원수 제한 같은 방역 조치를 취더라도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불안감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새롭게 추가되는 방역 지침은 대중음악 공연계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추가된 조항에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 등록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는 공연 불가하고, 3단계에서 6㎡ 당 1명, 최대 2천 명 제한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사실상 3단계까지 공연 불가 조치와 다름없다는 것이 공연업계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제한에 맞출 수 있는 경기장, 컨벤션 센터, 야외 시설 등은 정상 수용인원의 10~20% 관객만 받을 시 손실이 나는 규모다. 그 외 일반 공연장은 이미 뮤지컬·클래식 등 타 장르 공연 대관이 차 있어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지난해까지 마땅한 협회가 없었던 대중음악 공연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데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발족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관계 부처의 정책 수립 및 지원 제도 마련을 위해 나서고 있다. 그 덕분에 타 장르 공연과 달리 모임·행사로 분류됐던 차별이 철폐되는 등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빠르게 올라가는 백신 접종률도 작은 희망이다. 12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국내 백신 1차 접종자는 전체 인구 기준 64.5%, 접종 대상인 18세 이상 인구 기준 75%에 달한다. 2차 접종률도 18세 이상 인구대비 45.4%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의료진이 합심해 공연 안전성에 대한 테스트가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영국 리버풀 세프턴 공원에서는 '노 마스크' 실험 콘서트가 열렸다. 약 5000명이 모인 이 콘서트는 어떠한 조건에서 대규모 행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영국뿐만 아니라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들에서도 이와 유사한 실험이 이뤄졌다.

국내에서도 야외 공연을 중심으로 대형 공연의 안정성이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5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야외 대규모 페스티벌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이 열렸다. 하루 4000명, 이틀간 총 8000명이 모인 이 페스티벌은 철저한 거리두기와 신속 진단 키트 등, 철저한 방역 지침 속에 무사히 막을 내렸다. 오는 10월에도 나흘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1'이 개최를 앞두고 있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가운데, 빠른 시일 내에 대중음악 공연계가 정상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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