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스터샷’ 맞아야 하나… 전문가들도 엇갈려

2021-09-14 (화)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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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 정부 “이달부터 부스터샷 접종 시작” 계획

▶ FDA 과학자들 “현시점에서 일반인들은 불필요” 기존 백신 중증 예방효과 충분… 부작용 우려도

연방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변이 확산세 저지를 위해 추가 백신 접종(부스터샷) 시행 계획을 밝힌 가운데, 글로벌 저명 과학자들이 현 시점에서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지 않은 일반인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부스터샷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연방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의 과학자들은 13일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에 이같은 내용의 전문가 리뷰를 게재했다고 블룸버그통신과 CNBC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대유행의 현 단계에서는 부스터샷의 광범위한 분배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으로부터 몇 달이 지나도 코로나19 중증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는 여전히 강력하다는 사실이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됐다. 과학자들은 실제 접종에 대한 관찰 연구나 임상시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그 어느 것도 (코로나19) 중증에 대한 보호가 상당히 약해졌다는 믿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너무 빨리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할 경우 심근염과 같은 백신의 희귀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부스터샷은 면역체계가 약해 기존 2회 접종만으로 충분한 면역반응을 생성하지 못하는 일부 경우에 한해 접종해야 한다고 이들은 권고했다.

다만 FDA와 WHO의 과학자들은 백신으로 생성한 면역력이 앞으로 약화하거나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경우 언젠가는 일반 대중에 대한 부스터샷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이들은 “부스터샷 접종이 궁극적으로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중기적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나타나더라도, 현재 백신 공급분은 아직 접종하지 않은 인구에 먼저 사용해야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리뷰에는 매리언 그루버 FDA 백신연구심의실장과 필립 크로스 부실장,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과학자,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 아나 마리아 에나오-레스트레포 WHO 백신연구개발 담당 등이 참여했다.

주요 선진국들이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하고 미국도 일주일 뒤부터 부스터샷 캠페인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나온 최고 전문가들의 이런 주장은 부스터샷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루버 실장과 크로스 부실장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스터샷 계획 강행에 반발해 연내 사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국·빈국 간 코로나19 백신 불평등 문제를 지적해온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국가들이 연말까지 부스터샷(추가 접종) 도입을 유예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주 정례 브리핑에서 “1차 접종도 못 한 취약자들의 접종을 우선 고려해 한 달 전 최소 9월 말까지는 부스터샷 도입을 유예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그 후 전 세계 백신 공급 상황이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국가에서 최소 인구 40% 이상 백신 접종이 이뤄지도록 부스터샷 도입 유예 기간을 연말까지로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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