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49ㆍ여)씨는 가끔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저렸다. 주말에 쉬거나 찜질을 하면 증상이 호전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최근 반복된 야근 때문인지 뒷목 통증이 심해지고 저린 증상도 손까지 나타났다. 젓가락질이나 단추를 잠그는 행동까지 하기 힘들어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경추 추간판 전위’였다.
경추 추간판은 목뼈 마디 사이에 위치해 목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쿠션 역할을 한다. 퇴행성 변화로 추간판 탄력과 유연성이 줄어들면 추간판 변형이 온다. 이를 ‘경추 추간판 전위(轉位)’라고 한다.
목뼈가 너무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거나, 과도한 관절 동작으로 추간판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추간판 높이가 낮아지면서 찌그러지는 전위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추 앞쪽으로 추간판이 나오면 대부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자목이나 거북목이라면 추간판이 척수 신경을 눌러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추간판 전위가 일어난 마디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전형적으로는 목 통증이 어깨를 거쳐 팔을 따라 손까지 뻗쳐 나가는 방사통(放射痛ㆍradiating pain)이 발생한다.
통증은 욱신거림ㆍ저림ㆍ따끔거림 등 다양하다. 증상이 악화되면서 촉각이 저하되고 어깨ㆍ팔꿈치ㆍ손목ㆍ손가락 관절의 힘도 약해진다. 목의 특정 위치나 움직임에 의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 손을 머리 위로 올렸을 때 방사통이 완화되면 추간판 전위를 의심할 수 있다.
경추 추간판 전위 증상은 손목터널증후군ㆍ어깨 회전 근개 질환ㆍ통풍 등의 증상과 비슷해 진찰을 통해 척추 움직임 제한ㆍ균형 능력ㆍ통증 양상ㆍ팔다리 반사ㆍ근력 및 감각 저하를 평가해 진단해야 한다.
그런 뒤 X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 검사로 추간판 전위가 발생한 마디가 어디인지, 척수 압박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살펴 진단한다.
추간판 전위로 인한 통증이 경미하면 대부분 약물로 증상을 조절한다.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물리 치료ㆍ도수 치료ㆍ통증 주사 등을 병행할 수 있는데, 대부분 6주 후에는 증상이 사라진다.
다만 척수 압박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김태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허공을 걷는 것처럼 걸음걸이가 어색해 비틀거리고 자주 넘어지거나, 젓가락질이 힘들고 컵을 놓칠 때가 잦다면 척수 신경이 심하게 압박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럴 때에는 증상을 완화하고 신경 손상을 막기 위해 수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수술은 병변 위치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하다. 주로 목 앞쪽으로 접근해 추간판을 제거하고 경추를 유합시키거나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김태우 교수는 “수술 후에도 목 자세를 올바르게 유지하며 경추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움직임을 조심해야 한다”며 “수술 시 삽입한 고정 기기가 안정될 때까지는 최소 1년까지 외래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X선 촬영 등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평소 고개를 숙여 휴대폰이나 책을 보거나 목을 앞으로 빼고 컴퓨터 작업을 하면 목 배열이 거북목처럼 점점 변하게 된다. 경추 추간판 전위를 예방하려면 턱을 당겨 목뼈 배열을 올바르게 유지하고 머리를 부드럽게 뒤로 젖혀 근육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잘 때 너무 높은 베개를 사용하면 경추 배열에 악영향을 주므로 낮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거운 물건을 어깨에 메는 것을 피하고 불가피하게 물건을 들더라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양쪽으로 번갈아드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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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