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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 대선, 그 관전 포인트는…

2021-07-26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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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추론’-. 한국에서 새삼스레 ‘버즈 워드(Buzzword)로 떠오르고 있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다. 그런 두 건의 법정 다툼에서 최근 문 대통령 측은 잇달아 쓴잔을 마셨다. 이와 함께 회자되고 있는 말이 ‘합리적 추론’이다.

그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청와대 여성 경호관에게 1년 이상 개인 수영강습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둘러싼 법정소송에서 법원이 언론의 손을 들어준 케이스다.


청와대 경호처는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며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그런데 법원은 언론의 기사는 ‘합리적 추론’이란 판단과 함께 소송을 기각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수영실력이 뛰어난 신입 여성경호관을 2~3개월 만에 이례적으로 가족부에 배치했다. 가족부는 베테랑들이 배치되는 부서다, 그 석연치 않은 인사에 대해 경호처는 제대로 소명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법원은 그 같은 판단을 한 것이다.

‘몸통은 문재인이다’- 드루킹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대법에서 유죄확정과 함께 징역 2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바로 나온 주장이다.

‘김경수는 문재인의 최 측근이었다. 그러니 문이 댓글조작 공모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이란 주장과 함께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문재인 몸통’론이다.

그 논쟁은 일단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드루킹사건 유죄 확정과 함께 댓글조작 사태는 수그러들까. ‘아니, 내년 3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전보다 훨씬 업그레드 된 방식으로 디지털 여론조작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전망이다.

무엇이 이런 전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나. 무려 4년이나 걸렸다. 대법의 최종판결이 나오기까지. 그런데다가 댓글조작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문 대통령이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볼 때 문 정권하에서는 몸통을 밝히기가 어렵다 그러니….

보다 더 심각한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진다. 외부세력, 북한, 특히 중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올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2022년의 대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기우일까. 아니 현실에 바탕을 둔 ‘합리적 추론’으로 봐야 될 것 같다.

야권의 대선 주자 윤석열과 야당 대표 이준석을 겨냥해 ‘갑질’행패를 부리고 있다. 반면 문재인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의 외교부와 관영매체들이 보이고 있는 행태다.

“사드 배치는 명백히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반박문을 내며 한미동맹이 중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엉뚱한 경고까지 했다. 그로 끝난 게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그런 싱하이밍을 ‘책무를 다했다’며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홍콩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쓴 소리를 한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는 중국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정치 신인으로 폄하하면서 ‘백악관의 블레싱’하에 이런 발언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중국관영매체들은 보도했다.

반면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도쿄 올림픽 기간 일본 방문을 취소하자 ‘잘 한 조치’라고 칭찬한 환구시보의 논평이 그 하나다.

중국 국무원 산하의 인민화보는 한술 더 뜬다. 문 대통령 4년의 한국을 되돌아보면서 이 시기는 중국과 한국, 양국 간의 정치적 신뢰가 강화됐고 통상왕래가 부단히 발전되고 인문교류가 심화됐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칭찬을 아끼지 않은 부문은 문 대통령의 해외정책이다. 중국과 발맞추어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으로 추진해온 것을 문 정권의 치적으로 꼽은 것이다.

베이징의 이 노골적인 ‘편 가르기 식’접근. 무엇을 말하나.

‘지난 4년은 한국을 중국 중심주의(Sino-centrism)노선에 끌어들이는 데 성공적인 시기였다. 그 한국에서 그런데 반중정서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불길한 조짐이다.(중국입장에서는) 그러니 어떻게든 개입을 해…’ 이게 중국공산당의 입장으로 한국의 대선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겠다는 신호가 아닐까.

중국은 호주, 대만, 심지어 미국의 대선에도 개입해왔다. 그 첨병역할을 해온 것은 시진핑이 ‘마법의 무기’라고 부른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이다. 통일전선부는 중국 외교부보다 훨씬 방대한 인력(미 국무부의 4배)을 보유한 조직으로 일찍부터 댓글부대를 통한 해외여론조작에서, 외국 정치인 뇌물공여에 이르기까지 온갖 지하공작을 펴왔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 거기다가 미국과의 대립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해 있다. 그 한국을 중국은 그러면 그저 손 놓고 보고만 있었을까. 그 반대로 봐야 한다. 그러니까 친중노선의 문재인 정권 지난 4년은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에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건설한 시기였다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 추론이 아닐까.

그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마오당의 암약. 우후죽순 같이 늘어난 각종 친중 단체에 친중 정치인들, 대한민국의 산야를 뒤덮고 있는 중국제 태양광판, 중국계 사모펀드….

오죽했으면 호주의 석학 클라이브 해밀턴은 한국인들이 어렵게 쟁취한 자유와 독립이 ‘이권카르텔’화 한 친중 정치인, 엘리트들에 의해 팔려가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을까.

이제 7개월 후로 다가온 한국의 대선. 이는 단순한 한국의 진보와 보수의 대결을 넘어선 권위주의세력과 자유진영 간의 국제전 양상을 띠고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아니, ‘합리적 추론’으로 보인다. 그 대선에의 도정은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하다는 전망도.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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