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치러진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확실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일찌감치 차기 뉴욕시장 자리를 ‘예약’한 에릭 아담스 후보는 “누가 선거에 나설지는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소셜시큐리티 명부에 이름을 올린 대중이 정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다.
민주당의 진보주의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요란스런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주목을 받으려든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공론을 일삼는 이념가보다 실용주의자를 선호한다. 뉴욕을 비롯, 한동안 잠잠하던 강력범죄의 가파른 반등세에 가위눌린 전국의 대도시들이 지역경제 성장 및 고용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시장의 지도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전국 대도시의 살인사건 총계는 지난해 30% 증가한데 이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무려 24%가 늘어났다.)
현재 민주당은 18개 주의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공화당의 30개 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이를 뒤집기 위해 민주당은 지난해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지방선거에 수천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성과를 얻기는커녕 뉴햄프셔 주 의회마저 공화당에게 빼앗겼다. 각개 주의 선거구 재조정과 선거법을 주 정부가 관장하기 때문에 민주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한층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농촌지역에서 현격한 강세를 보인다. 이것이 지금과 같은 전국적 정치지형을 만들어낸 부분적인 이유로 꼽히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민주당의 고질적인 실책이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민주당이 장악한 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방만한 지출, 부패와 관리실패로 유권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뉴욕 주의 예를 들어보자. 뉴욕은 인구 규모가 엇비슷한 플로리다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운 예산을 지출한다. 뉴욕 주의 주민 수는 캘리포니아 인구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지출규모는 1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지출이 많다고 해서 주민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시티 저널의 스티븐 말랑가는 최근 재정전문 웹사이트 월렛허브가 전국 50개 주 정부의 세수와 각개 지역의 기반시설,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의 질을 상호 비교해 매긴 주별 순위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뉴욕 주의 세율은 전국에서 여덟 번째로 높았지만 공공서비스의 질은 19위로 처졌다. 이에 비해 캘리포니아의 세율은 9위, 공공서비스 질은 37위로 나타났다. 뉴저지와 매서추세츠는 방대한 지출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간시설 부문에서 전국 최악이라는 초라한 평가를 받았다.
교육 분야에서도 지출이 많다고 해서 늘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뉴욕포스트의 라이언 파지오가 지적한 대로 뉴욕 주가 학생 1인당 지출하는 교육비는 전국 평균치의 두 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뉴욕주의 4학년과 8학년생의 독해력과 수학점수는 전국평균치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일부 주의 상황은 이미 급격한 변화가 불가피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도달했다. 2009년에서 2019년에 이르는 10년 동안 1만4,000여개 기업이 캘리포니아를 등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3년간 텔사, 애플, 찰스 슈왑, 페이스북, 오라클과 휴렛-패커드 등 대기업들이 텍사스로 사업체의 상당부분을 이전하거나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21년,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5개 주로 텍사스, 플로리다, 테네시, 노스캐롤라이나와 인디애나를 꼽았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레드 스테이트이다. 반면 최악의 주로는 블루스테이트인 캘리포니아,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와 워싱턴이 거명됐다.
팬데믹은 기업이전, 원격 노동인력, 탄력근무제 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이런 상황전개는 민주당이 장악한 블루 스테이트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블루 스테이트를 떠나는 것은 기업만이 아니다. 노동력도 함께 이동한다. 집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캘리포니아는 인구는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다. 일리노이도 지난 10년 사이에 인구감소를 기록한 몇 안 되는 주 가운데 하나다. 월스트리트의 지적대로 이같은 인구감소는 날씨 탓이 아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중서부 주들은 같은 기간 오히려 인구가 늘어났다. 반면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인구는 600만 명가량 증가했다. 인구증가는 해당 주의 정치적 힘을 증폭시킨다. 뉴욕, 캘리포니아,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건,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의 하원 의석이 줄어드는 반면 텍사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몬태나, 콜로라도와 오리건의 의석수는 늘어난다. 이같은 인구변동에 선거주 재조정이 곁들여지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 2020년과 비슷한 시원치 않은 성적이 나올 경우 민주당은 하원의 지배력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주의자들은 민주당의 무능과 부패를 직시하려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뉴욕은 주와 시 차원에서 팬데믹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다. 라이언 쿠퍼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 주의 코비드-19 사망자 수는 전염병이 창궐한 기간의 동일시점을 기준할 경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주민 1인당 사망률은 플로리다 주에 비해 60% 이상 높다. 뉴욕의 지도자들은 한때 팬데믹에 역전승을 거둔 영웅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비영리 언론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심층보도를 통해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와 빌 드블라지오 시장이 의료전문가들의 결정을 수시로 뒤엎고, 은폐와 부인을 일삼는 등 코비드 대응과정에서 참담한 재앙을 자초했다고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했던 어처구니없는 실책을 쿠오모 주지사와 드블라지오 시장이 그대로 따라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타당한 이유와 명분을 앞세워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길 원한다. 그러나 대중의 신뢰를 얻으려면 먼저 자신의 잘못을 직시하고 효율적으로 정부를 운영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바이든은 연방차원에서 바로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차원에서 뉴욕시는 신뢰회복에 나서는 민주당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
파리드 자카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