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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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2021-06-17 (목) 송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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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
차마 첫정을 못 잊어 시집까지 찾아온
떠꺼머리 휘파람이 이제야 그치네.

송기원 ‘복사꽃’

복사나무는 가지마다 복사꽃이라도 벌 나비가 다 찾은 것은 아니었으리. 벌 나비가 첫정을 주었어도 꽃마다 결실은 어려웠으리. 가녀린 꽃잎에도 빗방울과 바람의 드잡이가 빗겨가진 않았으리. 아낙들은 도화살을 손가락질하였으나 문사들은 ‘이화에 월백하고’ 읊조리면서도 힐끔힐끔 훔쳐보았으리. 뉘라도 도화를 알지 못하면 자손만대 화수(花樹)의 계보를 잇지 못하였으리. 복사꽃이 해마다 복사빛인 건 작년 분홍이 고스란히 땅속에 묻혔기 때문이리. 낙화처럼 아스라한 첫사랑은 이루지 못해 영원히 기억되리. 반칠환 [시인]

<송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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