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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낙관론의 근거는 ‘혁신’

2021-05-10 (월)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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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포스트-팬데믹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를 가능케 만든 주된 이유는 이전의 팬데믹 때와 달리 과학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코비드-19 이후 1년이 채 안 돼 예방효과가 탁월한 몇 종류의 백신이 나왔다. 이는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새로운 백신 개발에는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는 것이 정설이었고, 그마저 운이 따라주어야 가능했다.

신속하고 광범위한 백신공급과 함께 중대한 상황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성인인구 절반이상이 이미 최소한 1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하루 확진자수와 입원률도 전국 곳곳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코비드로 인한 하루 사망자수가 제로 행진을 펼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백신접종률이 둔화되고, 신종변이 바이러스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경계심을 늦추어선 안 되지만, 이제 우리는 코비드 이후의 삶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팬데믹 이후 미국의 가장 두드러진 측면은 단연 경제 붐이 될 것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와 달리 ‘팬데믹 마비’에 뒤이어 곧바로 급격한 경제반등이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부분적으로는 이번 위기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워싱턴이 풀어놓은 엄청난 자금으로 개인과 기업 모두 상당한 구매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지난 1918년에 발생했던 인플루엔자 팬데믹이 1920년대의 경제 붐으로 이어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 같은 고성장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낙관론의 근거는 충분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혁신이다. 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게 하고, 신기술을 받아들이게 만들며,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게 한다. 미국의 물리적 경제가 거의 봉쇄되자 디지털 영역에 속한 경제가 테크노-낙관주의자들조차 깜짝 놀랄 만큼 대단한 역량을 발휘했다.

이들이 거둔 성공은 단발성이 아니다. 한 세일즈맨은 필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고객들과의 직접대면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젠 신기술에 익숙해졌고 상담전화도 코비드 이전에 비해 말 그대로 열배가 늘었습니다. 저에겐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린 셈이죠.”

정부도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는 식당들이 편법으로 만들어낸 노상식사가 영구히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폭설로 인한 휴교가 공식적으로 폐지되는 대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된다.

우리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뒤늦게 혁신을 알아본다. 1990년대 초반에 정보기술의 광범위한 사용이 생산성 급등을 가져오리라 전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몇 년 후에 이처럼 향상된 생산성이 감소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본 사람도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미시적 수준(micro-level)에서 기업과 정부, 개인이 코비드 위기에 적응하고, 생산성향상에 최적화된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낡은 방식을 폐기하는 광경을 목격하는 중이다. 여기에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막대한 투자 가능성이 보태지면 우리는 선순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은 관료주의적 문제로 백신보급에 발목이 잡힌 탓에 미국보다 한걸음 뒤진 상태다. 유럽의 백신접종 지연사태는 여러 면에서 팬데믹 초반의 미국상황을 연상시킨다. 이제 유럽은 전열을 재정비했다. 유럽은 대단히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유럽연합(EU)은 유럽의 돈줄인 독일과 프랑스의 지원 아래 역내 모든 국가들이 대출을 받아 이를 코비드-19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유럽 역시 광범위한 백신보급과 경제 붐으로 대표되는 팬데믹 이후의 2단계 궤도를 달릴 것임을 예시한다. 유럽의 과감한 금융혁신 또한 더욱 강력한 유럽연합의 미래를 의미한다.

개발도상국들은 이 같은 그림의 어두운 부분에 해당한다. 현재 인도에서 생지옥 상황을 연출중인 코비드-19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이제까지 대체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도 팬데믹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팬데믹 위기는 인도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부패한 정부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인도는 공공부문 때문이라기보다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민간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번영을 누렸다. 팬데믹은 인도의 진정한 정부 개혁, 그중에서도 특히 공중보건 분야의 쇄신을 압박하는 경종이다. 그리고 공중보건 분야의 쇄신은 교육과 같은 다른 분야의 혁신을 촉발할 것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물색하고 차관을 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는 이미 오랫동안 지연된 경제개혁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인도가 재도약하리라는 또 다른 신호는 코비드 대재앙의 와중에서도 탄력을 잃지 않은 주식시장이다.

필자는 끔찍한 상황의 밝은 면을 보려 노력한다. 팬데믹이 여전히 심각하긴 해도 전 세계에 혁신과 전진의 물꼬를 터주리라는 것이 필자가 견지하는 낙관론의 근거이다.

<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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