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본 고위관리, 미 학자에 램지어 인용해 ‘한국 입장은 거짓’”

2021-02-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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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지영 교수 뉴요커 기고문서 드러나… “日외무성 관리가 스탠퍼드 학자에게 인용”

“일본 고위관리, 미 학자에 램지어 인용해 ‘한국 입장은 거짓’”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12일 오후 강창일 주일본한국대사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사무차관을 면담하고 떠난 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외무성 청사에 곳곳에 조명이 밝혀져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무기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의 뉴요커 기고문에 따르면 한일 문제 전문가인 대니얼 스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일본 외무성의 고위 관리가 자신에게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한국 입장의 거짓 속성을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인용했다고 석 교수에게 밝혔다.

석 교수는 기고문에서 "스나이더에 따르면 그 일본 관리는 램지어 논문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발견을 알게 된 뒤 스나이더에게 '일본 정부가 램지어의 주장을 포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확인시켰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일화는 일본 정부 관리들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나오자마자 이를 미국 학계에 직접 홍보하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유리하게 활용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일본 고위관리, 미 학자에 램지어 인용해 ‘한국 입장은 거짓’”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연합뉴스TV 제공]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역사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학술 성명들을 잇따라 내놓자 뒤늦게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또 스나이더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기고한 글을 가리켜 "정확히 일본 수정주의자들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스나이더 교수는 "한국인들이 더 많이 램지어 교수를 쫓을수록 오히려 일본에서도 더 많은 사람이 램지어를 포용하려고 할 것"이라며 "해로운 역학 관계"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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