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한인들에 대한 편견·인종차별 언급 없어

사우스 LA 지역 한 건물에 그려진 라타샤 할린스의 벽화에 1일 LA타임스 기사를 보고 찾아온 한인 박재민(36)씨가 과거 갈등을 들춰낼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 협력이 중요하다며 인종화합을 기원하는 꽃다발을 놓고 있다. [박상혁 기자]
1일 LA 타임스가 지난 1992년 사우스 LA의 한인 리커스토어에서 한인 업주 두순자씨의 총격으로 사망한 흑인 소녀 라타냐 할린스 사건을 재조명했다.
신문은 지난 1월1일 사우스 LA의 한 건물에 30년 전 숨진 라타샤 할린스의 벽화 제막식이 열린 사실과 할린스를 재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돼 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소개하며, 로드니 킹 사건과 함께 할린스의 죽음이 1년 뒤 터진 4.29 폭동을 촉발시킨 계기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30년전 사건을 재조명한 LA타임스의 이날 기사가 당시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 사이에 내재됐던 한흑 인종갈등의 배경과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채 편향된 시각으로 당시 사건을 서술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1991년 3월16일 1달러75센트짜리 오렌지주스를 사기 위해 두 씨의 ‘임페리얼 리커스토어’에 갔던 할린스가 당시 가게를 지키고 있던 두씨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다.
당시 두씨는 할린스가 주스 한 병을 책가방에 넣는 것을 보고 절도를 의심해 할린스의 스웨터를 움켜쥐자 할린스가 주먹으로 두씨의 얼굴을 때렸고, 바닥에 넘어진 두씨는 권총을 집어 가게를 나가는 할린스를 향해 총을 쏴 할린스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신문은 당시 할린스의 손에는 2달러가 있었으며, 경찰도 할린스가 주스를 훔칠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인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이미 30여차례 강도 피해를 당해 살해 위협을 느꼈던 두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4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신문은 숨진 할린스가 학교에서 올 A를 받는 우등생이자 1985년 총격사건으로 숨진 엄마를 대신해 형제를 보살핀 소녀였다며 흑인들에게 불리한 미국 사법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할린스를 재조명한 LA 타임스는 당시 흑인 커뮤니티에 만연해 있던 한인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기록에 따르면 할린스는 두씨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두씨를 아시안 여성을 비하하고 경멸하는 호칭으로 부르며 욕설을 했다. 또 빈곤층 흑인 주민들이 많이 사는 사우스 LA지역에서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며 30여차례나 강도를 당했고, 갱단의 협박을 받아 불안에 떨어야 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LA 지부의 멜리나 압둘라 공동 창립자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라타샤의 삶은 기념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30년이 지났지만 한 아이의 상실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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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