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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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금시계’

2020-12-17 (목)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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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모처럼 기분이 좋으시다 노란 금시계를 내밀며, 이거 봐라 오늘 집에 오다가 횡재했다 십만 원짜리를 삼만 원에 샀다. 허어, 이 비싼 걸 그리 싸게 주다니 검게 그을린 팔뚝에 금시계 눈부시다 주름진 손에 금시계 반짝인다

싸구려 도금시계 조잡한 금시계를 아버진 도무지 모른다 술 한 잔에 보증 서주고 집 날리고 친구들에게 봉이라고 불리는 세상모르는 아버지 그러고도 남을 믿는다 칠이 다 벗어져 거뭇거뭇한 아버지 며칠 후 멈춰버릴 시계를 믿는다 길에서 처음 본 시계장수를 믿는다 오늘 참 고마운 사람을 만났어, 어허, 이 비싼 걸…

마경덕 ‘아버지의 금시계’

물정 모르는 아버지 때문에 속상하실 때가 종종 있었겠군요. 하지만 말씀 다 듣고 보니 아버님 금시계는 정말 명품시계네요. 손목이 아니라 아버지 마음을 순금으로 빛나게 해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가지 않아 칠이 벗겨지고, 덜컥 멈출 수도 있지만 여태도 세상을 믿는 아버지 마음이 눈부십니다. 순금을 찬 오만보다, 도금을 찬 감사가 뭉클해요. 오래 전 돌아가신 내 명품 아버지도 되찾고 싶네요. 반칠환 [시인]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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