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서 한 달째 말이 없다. 세계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그랬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의 당선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최종 선거인단 확인을 기다리고 있다. 시진핑은 트럼프 행정부의 총무처(GSA)가 바이든의 인수작업을 허용한 뒤에 바이든에게 축전을 보냈다.
북한의 김정은은 바이든이 어떤 새로운 신호를 보낼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바이든에게 먼저 축하 전화를 걸 일은 없을 것 같다. 북한의 미국전문가들은 바이든과 인수팀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과 해외 매체의 보도와 논평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이 말할 때마다 행간을 읽으면서, 북한과 관련된 가능한 의미들을 분석한다.
바이든이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 보좌관으로 토니 블링컨과 제이크 설리반을 지명한 것은 북한으로선 양날의 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두 인물은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바이든과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했었다. 하지만 이들은 같은 실수를 거듭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제프리 베이더는 2012년에 발간한 그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장기적인 북한의 핵무기 해결방법은 북한이 붕괴되고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데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지난 주 그의 행정부가 오바마 3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우리가 당면하는 세계는 오바마 행정부 때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원칙상의 외교’를 통해서 한국을 포함하는 동맹국들과의 협력 하에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오늘의 북한은 오바마 때와 많이 달라졌다. 6개 내지 8개라고 추정하던 북한의 핵 무기고는 20-60개로 증가했고, 단거리, 중거리와 장거리 미사일 체계도 갖추고 있다. 빈곤으로 허덕이는 북한이지만 곧 무너진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코로나 국경 봉쇄, 경제제재, 태풍피해 등의 역경 속에서도 생존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한편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악화된 미국의 코로나 전염병, 경제 난국, 분열된 국민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만약 1월5일 조지아 주 연방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2석을 모두 이겨 상원을 계속 장악하게 될 경우, 분단된 정부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가 바이든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어떻게 풀지도 문제로 남아있다. 지난번 대선 토론 중 바이든은 김정은을 불량배(또는 흉한: Thug)이라고 부르면서 히틀러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 후 북한이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여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의도적 조치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양의 전문가들도 바이든의 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중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대 중국 강경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중국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수사상의 비난은 그 수위를 낮출 것으로 예측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지난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서울을 방문했다. 중국은 한국이 미중관계에서 미국편에 서지 말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이 미국편을 들던 말던 큰 관심이 없다. 한편 한국은 사안에 따라서 한국의 이익에 따라 입장을 정리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한미동맹의 틀과 균형외교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권고할 것도 알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팀이 대북정책을 검토 확정할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때까지 북한은 도발을 억제하고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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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