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종갈등 해소 꿈 남긴 채…첫 흑인 뉴욕시장 딘킨스 별세

2020-11-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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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시장 취임…’인종화합’ 기대 모았으나 성과 못 내

극심한 인종 갈등 문제 해결이라는 숙제를 떠안고 1990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시장에 취임했던 데이비드 딘킨스가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은 딘킨스 전 시장이 23일 밤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자택에서 사망했음을 뉴욕시 경찰국과 전직 뉴욕시장 빌 드 블라지오 등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의 부인 조이스가 사망한 지 2개월 만이다.

뉴저지주 트렌턴에서 이발사의 아들로 태어나 맨해튼 할렘가에서 성장한 딘킨스 전 시장은 변호사로 활동하다 1966년 주의회 의원을 거쳐 맨해튼 자치구장을 지냈다.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가 속에 극심한 인종 갈등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1990년 106대 뉴욕시장에 취임했다.

전임자인 에드워드 코치, 후임자인 루돌프 줄리아니처럼 화려한 정치적 이력을 가지지 못했지만, 인종 갈등과 부패, 범죄에 염증을 느낀 당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취임 뒤 엄청난 규모의 시 재정 적자는 더 커졌고, 범죄 발생률도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더욱이 유권자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인종 화합'은 실현 가능성이 더 멀어 보였다.

1991년 브루클린에서 발생한 '크라운 하이츠 폭동'과 그 전해에 발생한 '레드 애플 보이콧' 등 인종 갈등에서 비롯된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크라운 하이츠 폭동은 1991년 8월 브루클린 크라운 하이츠에서 흑인 아이들이 유대인 차량에 치여 숨지면서 일어난 흑인-유대인 간 갈등이다. 이후 젊은 흑인들이 길거리에서 유대인을 보복 공격하면서 두 인종 그룹 간 긴장이 고조됐다.

레드 애플 보이콧은 1990년 1월 브루클린에 있는 한국계 소유 청과물 가게인 패밀리 레드 애플에서 물건을 훔친 아이티 출신 이주 여성이 종업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된 불매 운동과 항의 시위다.


딘킨스는 2013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이들 두 인종 갈등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1989년 시장 선거에서 겨우 이겼던 것과 4년 뒤 재선 시도에 실패한 원인이 자신의 실책 때문이 아니라 흑인 신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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