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여행왔는데 지갑 분실…’에 넘어가, 가짜 금목걸이를 700달러에

2020-11-24 (화) 석인희 기자
작게 크게

▶ 한인마켓·샤핑몰 주차장 ‘여행자 커플’ 사기 조심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돈 좀 빌려주세요.”

남가주 지역 한인 밀집지 샤핑몰이나 마켓 등 주차장에서 여행객을 가장해 한인들에게 접근 ‘돈을 빌려달라’고 호소하며 은근슬쩍 현금을 뜯어내는 수법의 소액 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21일 오후 7시께 부에나팍 지역의 한 한인 마켓에 들렸던 한인 A씨는 마켓 주차장에서 접근해 온 한 외국인 커플에게 현금 사기 피해를 당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커플은 A씨에게 텍사스에서 잠시 LA에 들른 여행객인데 지갑을 잃어버려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이들은 A씨에게 자신들이 차고 있던 고가의 시계와 금 목걸이, 팔찌 등을 건네며 텍사스에 돌아갈 수 있게끔 현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결국 텍사스에 어린 아이를 두고 왔다는 커플의 간곡한 사정에 마음이 흔들려 현금 700달러를 빌려줬다. 하지만 다음날 금은방에 가보니 부부로부터 받은 금 목걸이, 팔찌는 모두 가짜였고, 이 커플은 당연히 연락이 끊겼다. 22일 A씨는 “다른 분들은 저처럼 선심 쓰다 억울하게 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미주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당 내용이 담긴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에는 100개의 댓글이 달렸고, 일부 네티즌들은 과거 자신도 비슷한 사기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남가주 곳곳에서 선의를 악용한 현금 편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난처한 상황을 핑계로 급히 교통비, 숙박비 등을 빌려달라고 한 후 자취를 감추는 게 특징이다.

특히 이같은 사기 행위는 금액이 크지 않고, 인상착의 외에는 용의자에 대한 신원 정보가 없어 체포가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찰 관계자는 “특히 아시안들은 정에 약해 돈을 빌려주는 경향이 잦아 용의자들의 주요 범죄 타겟이 되곤 한다”며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하면 의심을 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석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