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버스터미널 나무 의자에
군복을 입은 파르스름한 아들과
중년의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꽂고
함께 음악을 듣고 있다
버스가 오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차에 오르고 나면
혼자 서 있는 어머니를 지켜보는 아들도
어서 들어가라고 말할 사람이
저거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도
오래오래 스산할 것이다
중간에 끊긴 음악처럼 정처 없을 것이다
버스가 강원도 깊숙이 들어가는 동안
그 노래 내내 가슴에 사무칠 것이다
곧 눈이라도 쏟아질 것처럼 흐릿한 하늘 아래
말없이 노래를 듣고 있는 두 사람
도종환 ‘귀대’
가을에 ‘탁’ 하고 꼬투리가 터지면 여름내 콩닥콩닥 싸우며 한방을 쓰던 콩들이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오 형제 콩알이 다 흩어진 뒤에도 빈 꼬투리는 가으내 줄기에 매달려 손을 흔들 것이다. 봄에 한배 내려 뿔뿔이 입양된 새끼강아지들 저마다 새 주인 사랑 받고 훌쩍 자랐어도, 문득 구름 한 점 보며 울부짖는 것이 꼭 영문 모를 일도 아닐 터이다. 근본은 하나이나 헤어져야 하는 슬픔. 사람들은 천리타향 있다가도 다시 만나는 기쁨 준비해 두었건만 2020년 귀향이여. 그러나 길이 끊어진다고 그리움마저 끊어지리까. 더욱더 크고 선명해질 한가위 보름달 텔레비전아, 보고픈 온 가족 비취오시라. 반칠환 [시인]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