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호주. 두 나라가 지니고 있는 공통된 특성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미국의 오랜 맹방이다. 두 나라 모두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강소국(middle power)으로 분류된다.
중국의 주요 경제파트너란 사실도 공통된 특성이다. 2004년을 기점으로 한국과 호주 두 나라의 중국과의 교역량은 모두 미국과의 교역량을 앞질렀다. 중국은 이 두 나라에 긴 경제적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미-중 전략적 경쟁시대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중국의 냉전은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맹방들은 양자 중 택일의 상황에 자주 몰리면서 ‘양다리 걸치기 공간’은 날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 한국과 호주 두 나라는 같은 성질의 불쾌한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터무니없는 ‘갑질’을 당한 것이다.
샤프 파워(sharp power)라고 했나. 독재체제들이 민주국가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동원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변형된 하드 파워를. 이 전술은 교란과 조작이 기조를 이루고 있다. 정치적 다원성과 표현의 자유를 조직적으로 억압한다. 독재체제들이 지닌 특성이다. 이 원칙을 온갖 음험한 수법을 통해 국제적으로 적용해 국익확보의 야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정국에서 자국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러면 먼저 사이버부대를 동원해 여론을 조작한다. 관영매체도 거든다. 뒤따르는 것은 대대적 보이콧운동이다. 그리고는 정부가 나선다. 무차별 제재를 가하는 거다. 중국식 샤프 파워 전술의 한 전형이다.
한국은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문제로 중국으로부터 이런 ‘갑질’을 당했다. 호주는 베이징으로부터 쇠고기수입 금지에, 밀 수입관세 80% 인상 등의 조치를 당했다.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독립적이고 과학적 조사를 촉구한 데 대한 보복으로.
“여러 면에서 공통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한국과 호주는 그러나 중국의 횡포에 대해서는 180도 다른 대처를 해나가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의 지적이다. 호주는 정면대응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베이징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다는 거다.
어느 정도 대조적인가.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는 이슈, 때문에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 주요 이슈에서 두 나라가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그 판단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7년 간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극명히 갈리고, 따라서 양국의 입장이 상반되는 주요 이슈 10개 중 한국은 8개에서 중국 편을 들었다. 호주는 8개에서 미국 편에 가담했다.
화웨이 문제가 그 한 예다. 호주는 미국의 요구가 있기 전에 보안상의 이유로 화웨이를 자체 5세대 통신망 구축에서 제외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의 결정에 정부가 간섭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걸고 계속 미적거리고 있다. 홍콩사태 때도 그렇다. 호주는 중국의 인권침해를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수상스러운 침묵으로 일관했다.
호주의 결정은 그러면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인가. 호주의 국가이해에 대한 냉정하고 독립적인 계산에 따른 주권행사라는 것이 빅터 차의 설명이다.
2020년 10월에 발표된 퓨 여론조사에 따르면 호주 국민의 81%는 중국에 비호의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79%는 시진핑은 믿지 못할 인물로 국제사회에 위해를 끼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호주정부의 결정은 그러니까 초당적인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진저리를 치고 있다’-. 각급 여론조사에 나타난 한국의 국민적 정서다.
2020년 10월에 발표된 CSIS조사에 따르면 중국과의 협력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 한국인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제, 안보전문가들의 76%는 한국의 차세대 통신망에서 화웨이를 배제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무슨 말인가. 한국 국민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주요 자유 민주주의국가 국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호주나, 미국 국민보다 더 부정적이라고 할 정도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그 선택에서 문재인 정부는 그러니까 한국 국민의 일반적 정서와 크게 괴리된 결정을 내려온 것이다. 왜.
여전히 중국몽의 미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렌즈를 끼고 정책결정을 한다. 나름으로는 아주 냉정한 국익계산을 하는 거다. 내려지는 결론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중국과 한국은 운명공동체’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도 일면 이해가 된다.
‘죽는 것보다 공산주의체제에 항복하는 것이 낫다’- 소련제국 전성기 때 ‘유용한 바보’로 불린 일부 서방지식인들이 내건 주장이다. 노예의 논리를 펴왔다고 할까. 문재인 청와대를 지배하는 멘탈리티도 이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중국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과잉 공중증(恐中症)’은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친중노선 정책은 그러면 앞으로 탄탄대로를 걷게 될까. 그 반대가 아닐까. 절대 다수의 한국 국민이 반대하고 있다. 그러니 대대적인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거기에 하나 더. 앞으로 불어온 외풍이 여간 거세보이지 않아서다.
“공산독재체제 중국의 도전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적 국제질서를 지키는 것은 미국에게만 부과된 사명이 아니다”-. 서방세계 곳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 주장의 공명의 진폭은 높아가고 있다. ‘중국 때리기’는 전 방위적으로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수준을 넘어 전 서방이 연합하는 모양새로.
문재인 청와대는 그 안팎에서의 압력을 과연 감내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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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