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에 등 돌린 승부처들… 이유있는‘변심’

2020-11-06 (금) 12:00:00
크게 작게

▶ 미시간·위스콘신주는 경제와 인종차별

▶ 애리조나는 매케인 향수로 트럼프 반감↑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권 접수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미시간ㆍ위스콘신ㆍ애리조나주의 맘이 돌아섰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앞서 나가다 우편투표함 개봉 후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역전한 패턴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지역에 법적 소송을 불사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변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최종 결과가 어찌 나오든 세 곳 모두 2016년 대선과 비교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당시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미시간ㆍ위스콘신의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오랜 텃밭이란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보호무역주의과 반 이민정책 등으로 무장한 트럼프 후보의 공약은 가난하고 외면 받는 이들의 소외감을 제대로 어루만져 줬다.

이번엔 거꾸로 그 ‘경제’가 트럼프를 배신했다. 단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 5월 미국의 실업률(14.7%)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을 때 미시간(13.4%)도 엄청난 고용한파에 시달렸다.


누적된 불만은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08년 대선에서 기록한 500만표보다 약 50만표가 더 나왔고, 핵심 도시 디트로이트의 투표율은 50%를 넘어 2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위스콘신은 감염병 피해와 인종차별 문제가 뒤섞이면서 반 트럼프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미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날도 6,000명에 육박하는 주민이 새로 감염됐다. 또 ‘흑인 아빠’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과잉 총격에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해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가는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어떤 지역보다 크다. 트럼프가 점수를 잃을 요인이 한 둘이 아닌 셈이다.

애리조나의 변심도 극적이다. 이 곳은 선거 때마다 항상 ‘붉은색 물결’로 물들었지만 올해만큼은 달랐다. 현지에선 2018년 사망한 존 매케인 연방상원의원에 대한 향수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참전 용사에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고인의 뜻이 표심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부인 신디 여사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에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은 더욱 움직였다. 애리조나는 새 연방상원의원도 마크 켈리 민주당 후보에게 맡겨 공화당과의 오랜 인연을 끝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