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를 폭로한 책들

2020-10-27 (화) 12:00:00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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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LA 타임스에서 ‘거짓말 타워’(Tower of Lies)란 책의 북 리뷰를 읽었다. 도널드 트럼프 부동산회사에서 18년간 간부로 일했던 바바라 레스가 쓴 책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책들 중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 반 유대주의자, 성차별주의자이고 거짓말이 몸에 뱄으며, 자기 잘못은 언제나 남의 탓이고 남의 공은 곧바로 가로채는 천하에 나쁜 사람’이라고,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그 리뷰를 읽으면서 도대체 트럼프의 비리를 폭로한 책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졌다. 그동안 언론에 오르내린 책이 한두 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곧바로 너무 놀라서 검색을 중단했다. 인터넷에 계속 뜨는 것이 무려 40여권, 그중 올해 쏟아져 나온 책만 20여권에 달하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책들 중에는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집사 역할을 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쓴 ‘불충한, 회고록’(Disloyal: A Memoir)이 있다. 2016 대선 당시 트럼프가 러시아와 공모하고 선거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과 사업가로서의 온갖 악행 및 문란한 사생활을 까발린 책이다.


조카 메리 트럼프의 ‘넘치는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 우리 집안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을 만들어냈나?’(Too Much and Never Enough)는 ‘콩가루 집안’ 트럼프 가족사와 그가 친구에게 돈을 주고 SAT를 치르게 했다고 폭로한 책이다.

또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쓴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이 있고,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를 18차례 인터뷰하여 쓴 ‘격노’(Rage)가 있다. 대통령이 코비드-19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를 숨기다가 팬데믹 대처에 실패했음을 폭로한 그는 “트럼프는 문 뒤의 다이너마이트”라며 그 직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결론지었다. 우드워드는 2018년에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를 출간한 바 있다.

아주 최근 발행된 책들 중에는 전직 FBI 요원 피터 스트로조크가 쓴 ‘타협한’(Compromised)이 있다. 트럼프-러시아 공모의혹 수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저자는 “트럼프가 절망적일 정도로 부패했으며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워싱턴포스트 기자들(필립 러커, 캐롤 러닉)이 생생한 취재를 무기로 공저한 ‘매우 안정된 천재’(A Very Stable Genius)는 트럼프가 “때때로 위험할 정도로 무식하다”고 조롱한다.

CNN 정치해설가 브라이언 스텔터가 쓴 ‘엉터리’(Hoax)는 트럼프와 폭스뉴스의 결탁, 그 뒷얘기를 다룬다. CNN 고위 법률자문 제프리 투빈은 ‘진짜 범죄와 경범죄: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수사’(True Crimes and Misdemeanors)를 출간했고, 전 백악관 자문이며 정치해설가인 존 딘과 밥 알티마이어는 ‘독재적인 악몽: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Authoritarian Nightmare: Trump and His Followers)이라는 책을 펴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 미국’(Donald Trump v. The United States)은 퓰리처상을 2회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 마이클 슈미트가 지난달 출간한 책이고, ‘법이 끝나는 곳’(Where Law Ends: Inside the Mueller Investigation)은 뮬러 특검팀의 수석검사였던 앤드류 와이스만이 특검의 진짜 내용(트럼프가 유죄라는)을 밝힌 책이다.

이 외에도 포브스 기자 댄 알렉산더가 쓴 ‘백악관 주식회사’(White House, Inc.), 마이애미 헤럴드 기자 4명이 공저한 ‘사기꾼 클럽’(The Grifter‘s Club: Trump, Mar-a-Lago, and the Selling of the Presidency), 하원법사위 특별자문 노먼 아이젠이 쓴 ‘미국 대 도널드 트럼프’(A Case for the American People: The United States v. Donald J. Trump), 정치자문가 스튜어트 스티븐스의 ‘모두 거짓말이야’(It Was All a Lie) 등 리스트는 계속된다. 모두 대선을 바로 앞둔 7~10월에 나온 책들이니 발간 목적은 자명하다. 트럼프의 재선을 막으려는 것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재임 중의 대통령 행적을 비판한 책이 이렇게나 많이 쏟아져 나오고, 이보다 더한 비리의 폭로가 잇따르는데도 트럼프는 무사하다는 것이다. 고위 공직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부적절한 행실이 알려지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상례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 스캔들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탄핵까지 당했고, 바이든은 친밀한 스킨십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공직에 출마했다가 여자 문제로 낙마한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현재 성폭행 소송이 진행 중이고 여자들을 마구 주물렀다며 성추행을 자랑까지 했는데도 건재하다. 팬데믹을 무시해 미국민 23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정이 투명해야할 공직자로서 세금보고를 끝까지 내놓지 않고 있으며, 매일 트윗으로 나라를 분열시키는 일에 앞장서는데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더 이상한 것은 이런 사람을 4년 더 백악관에 두고 싶은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악몽이 이제 끝날지 4년 더 연장될지, 일주일 후면 알게 될 것이다.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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