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비 인상 규제법안 ‘뜨거운 감자’

2020-10-15 (목)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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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발의안21’ 찬반논쟁 가열

▶ 세입자 “실업대란 속 렌트인상 감당 못해” “과도한 렌트비 억제 임대시장 위축” 반대

렌트비 인상 규제법안 ‘뜨거운 감자’

렌트비 인상 억제를 확대 실시하자는 주민발의안 21을 놓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상황이 다음달 3일 투표 표심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로이터]

#8년째 한인타운 내 한 아파트에 가족과 함께 거주하고 한인 K모씨는 요즘처럼 렌트비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 2~3년 전부터 매년 아파트 렌트비가 인상되었고, 올해 들어 K씨는 급여도 50%나 줄어 렌트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K씨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버텨 왔지만 내년에도 렌트비가 오른다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세대 주택을 소유하고 임대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한인 L모씨는 “렌트비가 제대로 걷히지 않아 수입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입이 줄었다고 납부해야 하는 각종 경비나 대출금 상환은 그대로다. L씨는 “렌트비 인상도 제한을 받고 퇴거도 함부로 못하는 상황이지만 공과금이나 세금을 부담해야 하니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라리 건물을 팔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지방정부에 렌트비 인상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주민발의안21(Proposition 21)을 놓고 한인 사회를 포함해 캘리포니아 전체가 찬반으로 나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2년 전인 2018년 유사한 법안이 부결되었지만 렌트비 인상 제한 확대 법안인 주민발의안 21을 놓고 오는 11월 3일 다시 한번 표대결을 벌이게 됐다.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주민발의안 21의 내용과 찬반 입장을 분석했다.


■ 주민발의안 21의 주요 내용

주민발의안 21은 한마디로 렌트비 인상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발의안이다. 가주 내 시와 카운티 정부가 자체적으로 렌트비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규정을 강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관리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건축된 지 15년이 넘은 모든 주거용 건물에 대해 각 지방정부는 렌트비 상한선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단, 단독주택(SFR) 1~2채 보유자는 이 법안에 해당하지 않는다.

임대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신규 세입자가 입주해도 렌트비 연 상한선을 지키기 않고 최소 15% 이상 렌트비를 인상할 수 있지만 주민발의안 21이 적용되면 이 경우 역시 지방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

■ 찬성 의견

법안을 지지하는 측은 한층 더 강화된 렌트비 억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실직자가 증가해 지난 8월 기준으로 가주 실업률은 11.4%에 달하며 세입자 절반 이상이 수입의 30% 이상을 렌트비로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대다수 임대 건물주들은 현 시세보다 적은 렌트비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언제든지 렌트비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찬성 측은 말한다.


주민발의안 21은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이 되고 나면 렌트비 인상의 봇물을 막아줄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 반대 의견

주민발의안 21을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핵심은 과도한 렌트비 억제로 인해 임대 건물 건축 사업이 위축되어 결국 임대 건물 부족에 따른 임대 주거 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데 있다. 신규 세입자에 대한 렌트비 인상 억제 조치는 소자본의 임대사업을 하는 소위 ‘맘앤팝스’ 임대업자들에게 수입 감소라는 반대급부가 발생해 임대 건물 차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주 유권자들이 2년 전 이번 주민발의안 21과 유사한 주민발의안(Prop. 10)을 거부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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