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1위를 차지한 ‘다이너마이트’를 부른 한국의 방탄소년단, 9월23일 두 번째로 유엔총회 연설에서 청년세대에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미국 NBC프로그램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은 BTS 주간을 최근 마련했다.
지난 9월24일에는 그래미 뮤지엄에 초대되어 진행자 스콧 골드먼과의 인터뷰에서 “저희 일곱 명은 모두 다른 취향과 색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비빔밥이라는 한국 음식이 있다. 여러 가지 다른 재료가 들어가는데, 섞이면 훌륭한 음식이 된다. 우리는 그런 그룹같다”고 소개했다. 어쩜 이렇게 백남준 선생이 말한 비빔밥 정신을 그대로 포현했을까 하고 놀랐다.
2006년 세상을 떠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동서양의 문화 충돌, 융합을 표현한 이민 작가인 자신의 예술세계가 비빔밥의 원리와 같다”고 했다. 백남준은 1967년 ‘전자와 예술과 비빔밥’이란 수필에서 음악, 철학, 테크놀로지, TV 퍼포먼스 등 자신의 혼합예술이 바로 비빔밥 정신이라고 썼다.
비빔밥은 보통 간단한 음식으로 여겨지는데 간이 잘 맞아야 비볐을 때 제 맛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라도 튀면 안 된다. 다채로운 맛이 하나의 창의적인 맛으로 탄생하려면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다른 이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국, 진, 뷔, 지민, 제이홉, RM, 7명은 무대에서 늘 각각이면서 멋진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그야말로 비빔밥 그룹, 맞다. 이름조차 공통점이 없고 의상 또한 7명이 똑같이 입는 법이 없다. 다 틀린데 서로 어울린다.
현재 미국에는 코로나 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 중인데다가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백인 경찰관에 의한 흑인 사망 또는 총격사건이 계속 발생하니 그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7일 저녁, 맨해튼이 가까운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셀폰 경고음이 날카롭게 연이어 울리면서 로컬 뉴스를 확인하라는 문장이 떴다. 흑인여성 브레오나 테일러에게 총을 쏜 백인경찰관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브루클린 브리지를 점거하고 경찰의 해산명령을 거부한 채 한시간 이상 경찰과 대치한 상황이었다. 이 흑인여성은 지난 3월 켄터키주 루이빌 자신의 집에서 잠자다가 마약수색을 위해 집을 급습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뉴욕은 다민족 도시라고 멜팅 팟(Melting Pot) 내지 샐러드볼(Salad Bowl)이라고 불리며 170여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같이 살고 있는데 수시로 인종차별 문제가 터지면서 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뉴욕의 인구는 2010년 센서스 조사국에 따르면 817만5,133만 명,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뉴욕인구의 44.1%가 백인, 흑인 내지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25.2%, 히스패닉, 라틴계는 27.4%, 아메리칸인디언은 0.4%, 아시아계는 11.6%이다, 미 전국의 50개주도 지역에 따라 인종별 밀집지역이 있긴 하나 대체적으로 다양한 민족들이 섞여 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한 배를 탄 우리 일곱 명은 가끔 각자 다른 방향을 본다. 하지만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고 한길로 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뉴요커들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민자들이 귀담아 들어야할 말이다. 민족을 따지기 전에 다 같은 사람이다. 미국에서 다같이 잘살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
뉴욕에, 미국 50개주에 비빔밥 정신이 필요한 것같다. 연방정부와 주 정부는 좀더 인종통합에 힘을 기울여야 하고 비빔밥은 직접 자신이 비벼야하는 것처럼 인종화합을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매년 10월이면 코리안 퍼레이드가 끝난 후 한인타운 장터에서 열리는 비빔밥 잔치가 있다. 1,000명분의 비빔밥이 비벼지면 뉴요커들이 맛을 보려고 긴 줄을 섰었는데, 내년에는 다시 볼 수 있겠지.
<
민병임 뉴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