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러 스캔들’ 특검 전 검사 “트럼프 소환했어야”…수사 외압 주장

2020-09-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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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카 수사는 시도도 못해”…다음 주 폭로 책 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백악관을 포함한 외부 압력으로 미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의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의 선임검사였던 앤드루 와이즈먼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다음 주 출판될 예정인 '법이 최후를 맞은 곳: 뮬러 수사팀 내부에서'(Where Law Ends: Inside the Mueller Investigation) 책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가 21일 보도했다.

그는 책에 "대통령이 특권을 활용해 특검팀의 노력을 깎아내리려고 공격하는 상황에서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고자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냐고 묻는다면 '더 할 수 있었다'라는 것이 내 대답"이라고 적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나 집권층 간 재정적 관계가 있는지, 사업상 이해관계 때문에 외국관리에 뇌물을 준 적 있는지, 선거운동에 영향을 준 여타 러시아 기업과의 거래가 있는지, 혹은 러시아 기업이 현재도 대통령직 수행에 영향을 주는지 등을 여전히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와이즈먼은 특검팀에서 'M팀'을 이끌며 2016년 대선 때 당시 트럼프 후보의 선거운동과 러시아 사이 연결고리가 있는지 알아내고자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를 수사했다.

매너포트는 특검수사 과정에서 이전의 불법대외로비 등 다른 혐의가 드러나 유죄를 인정했고, 재판에서 7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와이즈먼은 책에서 수사 중 겪었던 어려움을 소개했다.

그는 2017년 특검팀이 우크라이나에서 매너포트의 수입을 알아내고자 도이체방크에 영장을 발부하자 영장 발부가 기밀이었음에도 백악관이 이를 파악해 의도를 물었다고 전했다.

당시 뮬러 전 특검은 측근이자 역시 특검에 참여한 아론 제블리 변호사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보를 알아보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도록 했다고 한다.

와이즈먼은 특검팀 수사관들이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를 수사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2016년 6월 트럼프 대통령 맏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과 러시아 측이 트럼프타워에서 회동했을 때 이방카도 로비에서 러시아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방카를 조사하고자 끌고 오면 이미 특검팀에 적대적인 우파언론들이 '대통령의 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 보라'면서 나쁘게 다룰 수 있다고 수사관들이 두려워했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해 특검팀을 문 닫게 할 수 있는 점도 두려워하는 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와이즈먼은 트럼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뮬러 전 특검이 (특검수사를 감독한) 로드 로젠스타인 전 법무부 부장관과 의견충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임될 위험이 생기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어야 한다"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믿은 국민을 실망시킨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뮬러 특검은 22개월간 러시아 스캔들 수사 끝에 지난해 5월 "대통령을 범죄로 기소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결정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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