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거시즌, 특히 대선의 해가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다. 어떻게 번역해야 되나. ‘10월의 이변’, ‘10월의 깜짝쇼’-. 한국식으로 완전히 의역을 하면 ‘미국 판 북풍(北風)’도 가능하지 않을까.
휴전선에서 포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바로 번지는 것이 안보불안증세다. 표심은 정부와 여당 쪽으로 확 쏠린다. 과거 우파 권위주의 시대 북풍의 위력이다. 그 위력은 좌파 문재인 시대에 들어서도 여전하다. 김정은이 눈길만 주어도 대통령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판이니까.
막판에 대세를 일거에 뒤집는다. 그런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올해에는 없을까. 미국의 대선이 이제 두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여기저기서 던져지는 질문이다.
“국내전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맥스 부트의 지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희생된 인명만 20만에 육박한다. 그 경제적 손실은 가늠조차 어렵다. 올 대선은 한 마디로 코로나 선거다. 그러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옥토버 서프라이즈 조급증세’를 보여 온데에 있다. 때문에 백신이 10월말께 배포되어도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깜짝쇼’로서의 효능도 다소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일각에서의 지적이다.
해외정책 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1 순위 후보는 어디서 찾아질까. “독일 주둔 미군병력 철수가 될 것이다.” 역시 맥스 부트의 주장이다. 그 예상은 빗나갈 것 같다. ‘연출된 깜짝 쇼’가 아닌 말 그대로 진짜 ‘깜짝 놀랄 일’이 해외전선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마치 ‘불리(bully-못된 골목대장)같이 굴었다’- 트럼프가 나토(NATO-북대서양 조약기구) 정상외교에서 보인 행태에 따른 비판이다.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금 분담을 덜 내 미국에 부담만 주고 있다는 불평만 퍼부어댔다. 거기다가 툭하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오만한 미국일방주의’로 비쳐진 것.
그리고 2년 후. 상황은 오히려 반전됐다. 나토회원국들은 약속한 방위금 분담 공약을 지켰다. 독일은 친화적인 러시아 정책을 재고하게 됐고 유럽연합(EU)은 중국 견제에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외교가 뒤늦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까.
기존의 상식, 재래식 외교문법을 무시하는 트럼프 외교는 중동지역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옮겼다.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켰다. 이럴 때마다 비난이 쏟아졌다. 중동의 현실에 무지한 아마추어 외교의 전형이라는 등의. 그 가운데 트럼프 팀은 조용히 협상을 해왔다. 그 결과 마침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이른바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시켰다.
지난15일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을 통해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로 적대관계였던 걸프 국가들과 처음으로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한 것이다. 중동지역 전체로 봐도 1974년 이집트, 1994년 요르단에 이어 세 번째로 이뤄진 국교 수립이다.
이로 그치는 게 아니다. 오만, 모로코, 수단 등 다른 회교 수니파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도 곧(아마도 11월3일 미국 대선 날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라이트는 회교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지역 전략동맹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국가들의 연합을 한 묶음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회랑’을 통해 공세를 펴고 있는 이란에 맞서는 것이다.
중동지역은 아브라함협정을 통해 대지진에 준하는 지정학적 탈바꿈을 하게 되는 것이다.
10월로 예정된 중동평화정상회담이 그 미디어 이벤트로 트럼프는 예루살렘도 방문함으로써 복음주의 개신교 유권자와 유대계 표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해외전선에서 있을 수 있는 또 다른 옥토버 서프라이즈 후보다. 그러나 많은 관측통들은 남중국해에서의 도발보다는 어떤 형태가 되든 한미동맹관계의 재조정이 가능성이 더 큰 깜짝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왜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분담금을 다섯 배나 올렸나. 단순한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의회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워싱턴이 적정수준으로 보고 있는 선을 훨씬 넘어 친북에, 친중 노선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이에 대한 응징적 성격의 조치라는 것.
그 문재인 정부가 미국, 특히 트럼프 개인으로서 아주 민감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문제에서중국을 거들고 나섰다. 한국정부 관계당국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승인한 나라가 중국이라고 강조, 중국산 백신의 도입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한 것.
거의 동시에 나온 보도가 한중합작의 바이러스-백신 연구소 건립 안이다. 중국의 해외협력기구라는 중화해외연의회가 그 같은 제안을 해오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산시에 연구소를 세우자는 요청을 하고 나섰다는 보도다.
그렇지 않아도 별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런 마당에 백신전선에서도 중국 편에 선다. 그 후과(後果)는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노선을 분명히 하라는 워싱턴의 압박이 더욱 거세지면서 흔들기 작전의 일환으로 주한미군 철수 카드도 던져 질 수 있는 상황이….
그나저나 ‘진짜 경악할 사태’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중국의 백신도입이 몰고 올 후폭풍에 후유증. 생각만 해도 아찔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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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