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에 훌륭히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가 나오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까다로운 질문이지만, 큰 성공을 거둔 국가들의 예를 살펴보면 다른 나라들이 실패한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만의 코로나바이러스 전략은 단연 금메달 감이다. 대만은 코비드-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매년 거의 300만 명의 방문객들을 맞아들인다. 대만은 인구밀도가 높고, 수도인 타이페이의 대중교통시스템은 늘 이용객들로 붐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400만 명에 가까운 인구를 거느린 대만의 코비드-19 사망자는 단 일곱 명에 불과했다. 반면 이보다 주민 수가 적은 뉴욕의 사망자수는 3만3,000명을 헤아린다.
타이완이 지닌 최대 자산은 공교롭게도 지난 2003년의 부실한 SARS 팬데믹 대응과정을 통해 깨우친 교훈인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완은 당시 참담한 실패를 통해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호흡기 전염병인 SARS는 코비드-19에 비해 전염성은 떨어지지만 훨씬 치명적인 질환이다. 그 때에도 SARS의 발원지는 중국이었다. SARS 초기대응에 실패한 중국 당국은 관련 정보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했다. 이로 인해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팬데믹을 맞이한 타이완은 몇 가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를 계기로 타이완 정부는 팬데믹 대응절차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팬데믹 관리에 필요한 적절한 장비를 확보해 비축토록 했고, 돌림병이 창궐할 경우 초반에 현명하고도 강력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 베트남, 싱가포르,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 역시 코비드-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SARS로 인한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목격한 이들 아태지역 국가들은 쓰린 경험을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아시아권에 속하지 않은 유일한 SARS 피해국인 캐나다도 2003년 이후 팬데믹 대응절차를 대폭 수정했고, 사전예방조치를 강화했다.
심지어 중국도 재앙에 가까운 SARS 부실대응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베이징은 이번에도 초반에 실수를 저질렀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비드-19를 퇴치하는데 성공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은 발원지인 중국에서 사실상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SARS만으로 코비드-19에 훌륭히 대처한 모든 국가들의 성공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으나 분명 주목해야할 측면이 있다.
이제 코비드-19 대응에 실패한 국가들의 경우를 살펴보자. 인류학자인 마사 링컨은 네이처지에 실린 글을 통해 부실대응국들 중 몇몇 나라들은 스스로를 ‘예외적’(exceptional) 국가로 간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마사에 따르면 미국, 영국, 브라질과 칠레 등은 그들이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구분될 뿐 아니라 그들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강력한 민족서사(national narratives)를 갖고 있다. 이 방면에서 미국은 악명이 높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싶어 한 이유도 결국 같은 것이었다. 한편 브라질은 ‘신이 브라질인’(God is Brazilian)이기 때문에 국가적 길운을 누린다고 믿고 있고, 칠레는 지역 경제권의 수퍼스타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있다.
이처럼 특별한 국민정서를 지닌 나라들은 국가적 도전이 닥쳤을 때 표준적인 대응자세를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표준적인 절차를 무시한 채 최상의 대응방식을 찾으려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최근 한 기고문에서 “나는 항상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문제해결의 접근법을 삼는다”고 털어놓았다. 두 가지 질문 중 하나는 “누가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했는가?”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그는 팬데믹에도 동일한 철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미국은 동일한 도전에 다른 국가들이 어떻게 접근했는지에 도통 관심이 없다. 선진국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에 비해 절반의 경비로 훨씬 나은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미국보다 살인범죄 발생률이 현저히 낮다. 또한 미국보다 경제력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낮은 경비로 보다 효율적인 의료기반을 구축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권선거를 막는 확실한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이들로부터 배우기를 거부할뿐더러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으려든다.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에세이에서 제레미 코니디크는 미국이 대단히 특별한 국가이고, 모든 부문에서 미국적 방식이 항상 최고라는 “미국 예외론(Americal Exceptionalism)이 다른 국가들로부터 인명구조와 관련한 교훈을 배울 수 없도록 (많은 시민들과) 지도자들의 눈을 가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에릭 포너는 “미국 예외론이 자만심과 폐쇄적인 정신 상태를 초래하고,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무지를 불러온다”고 맞장구를 쳤다. “미국이 대단히 예외적인 나라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로부터 배울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니디크의 결론은 이렇다: “그런 정신상태가 지금 미국인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필자는 아마도 그의 말이 맞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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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