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중보건 당국이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독감예방 접종율을 올리는 것이다. 코비드-19에다 독감까지 창궐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둘은 증상이 아주 비슷하다. 가령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을 한다면 이게 코비드-19 인가, 독감인가. 구별이 어렵다.
코비드-19만 두려운 것이 아니다. 지난 시즌은 독감의 위력도 대단했었다. 조금 이른 자료지만 지난 시즌에는 3,900만~5,600만명의 미국인이 독감에 걸려, 1,800만~2,600만명이 의사를 찾았고, 입원 환자는 41만~74만 정도로 집계됐다. 사망자도 최대 6만2,000명에 이른 것으로 의료당국은 추산했다.
연방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이번 가을에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강한 어조로 일찌감치 독감 예방 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접종의 시기는 이번 달이나, 가능한 10월초를 넘기지 않기를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백신의 유효기간은 6개월, 계절성 플루 시즌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 정도로 잡는다. 접종 후 2주 정도 지나야 백신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간을 맞추려면 접종 시기는 지금쯤이 적당하다는 말이다. CDC는 10월까지는 접종을 끝내도록 권장한다.
2020-2021 시즌 백신은 농도와 예방대상 독감의 유형에 따라 다른 종류가 나와 있다.
우선 농도를 기준으로 하면 고농축형(FLUSD)과 표준형(standard) 2가지가 있다. 고농축에는 체내에 들어가 항체를 형성하는 항원이 표준형 보다 4배 더 많다. 그만큼 예방 효과가 높다. 65세이상은 고농축 백신을 맞도록 전문가들은 권한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올해 백신은 고농축이 표준형 보다 예방 효과가 24%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예방하는 독감의 유형에 따라서도 2가지가 있다. 3종류의 독감을 예방하는 3가(trivalent) 백신과 4종류 독감을 대상하는 하는 4가(quadrivalent) 백신이 곧 그것이다. 3가는 A형 독감 2종에다 B형 독감 하나, 합쳐서 3종류 독감에 예방효과가 있다. 4가는 여기에 B형 하나가 더해져 4가지가 된다.
3가 백신은 고농축만 보급되지만, 4가는 고농축과 표준형 2가지가 나와 있다. 이들 백신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도 있으나 공급선에 따라 한 종류만 구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 독감 접종은 어디서 맞느냐에 따라 주면 주는 대로 맞는 것이 보통이지만, ‘4가 고농축’이 있는지 미리 알아 보고 맞을 수도 있겠다. 동네 대형 약국체인에는 이 백신이 들어 와 있다.
그해 독감이 어느 정도 유행할지 예측하려면 미국 보다 겨울이 몇 개월 빠른 남반부 상황을 참고한다. 다행히 올해 오스트레일리아의 독감 상황은 괜찮았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는 코비드-19 확산도 훌륭하게 방어하고 있는 나라다. 그 예를 미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예방 접종은 이타적인 일이다.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다. 접종율이 높아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을 했다고 독감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예방접종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만큼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한 제약회사는 올해 백신 생산량을 15% 더 늘렸다. 무보험자들을 위해 매년 50만회 분 정도를 확보해 오던 CDC도 올해는 확보 물량을 930만 회분 더 늘렸다고 한다.
보험이 없다면 한인 단체, 교회, 보건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 예방접종 기회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의사 오피스나 대형 체인약국에서 맞을 수도 있고, 드라이브 스루 접종 시스템을 도입한 수퍼마켓 체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