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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미중 관계, 미국 대선, 그리고 한반도의 장래

2020-08-28 (금) 이채진 박사,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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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반도를 위요한 국제정세는 롤러코스터와 같이 급하게 변화 하고 있다. 특히 위험한 미중의 ‘신냉전’과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대선은 한반도의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미중 관계

최근 미중 관계는 계속 악화되어 이미 ‘신냉전’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고 있으며 25%에 이르는 관세폭탄을 부과하였고 지적재산권, 산업스파이, 코로나 치료기술의 도난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볼턴의 회고록에 의하면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기 위하여 대선의 격전지가 될 미국 중서부지역 의 농산물을 중국이 많이 구매해 달라고 시진핑에게 애걸하였고 시진핑이 동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를 ‘China virus’ ‘China’s fault’(중국의 착오)라고 불러 정책 실패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고 반중정서를 자극하여 선거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바이든과 아들 헌터 바이든을 친중인사라고 매도하고 있다. 8월11일 트럼프는 만일 바이든이 당선되면 중국은 미국을 소유하고 미국인들은 중국어를 배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의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신장 위거 소수민족을 탄압하며 남중국해를 불법적으로 군사기지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휴스턴에 있는 중국 총영사관을 폐쇄했고 중국은 청두에 있는 미국총영사관을 폐쇄했다. 전대미문의 미중 외교전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서는 민간 차원의 민족주의적 적대감정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인들은 최악의 적국으로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을 꼽고 있다.

7월23일 폼페오 국무장관은 닉슨도서관에서 닉슨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한 다음 미국이 48년간 지속해온 대중 포용정책이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폼페오는 시진핑이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짜 신봉자이며 세계 패권장악에 나선 새로운 독재자라고 비난 했다. 폼페오는 자유세계가 결국 중국의 신폭정(new tyranny)에 승리하고 말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목적을 위해서 미국은 민주국가의 단결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반중연대를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요구하고 있다.

앨리슨 하바드대 교수는 고대 그리스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수십년간 전쟁을 했듯이 기존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미국에 도전하는 새로운 권력인 중국과의 패권전쟁은 불가피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미중은 대규모의 전면전쟁은 지양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에 비하여 전략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전면전이 있다면 미중 모두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일종의 ‘위협의 균형’이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중이 남중국해나 대만을 위요하고 국지전을 시작할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무시할수 없다.

북한은 중국과의 동맹관계를 계속 중시하고 대미정책의 지렛대로 사용할 것이다. 한국은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이 중요하지만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이 필요한 민감한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 수출의 25%가 중국으로 가며 그 액수는 한국의 대미, 대일 수출을 합한 것보다 많다. 나는 10년 동안 한국이 무역을 다변화하여 대중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무역의존도를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악용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금년 내 방한을 약속했다. 한국은 감정이나 환상을 버리고 진정한 국가이익에 따라 미중 신냉전의 현실에 현명하고 실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대선

만일 오늘 대선이 있다면 “미국의 영혼을 부활하자”라는 기치를 올린 바이든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대선까지 남아 있는 두 달 이상의 시간은 미국정치에서는 ‘eternity’(영구적)이라 하고 무엇이나 가능하다고들 한다.


만일 코로나 감염이 급격히 감소되고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지며 경제상황이 호전되기 시작하면 트럼프가 약진할 수 있다.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것이다. 트럼프 측에서는 고령인 바이든이 치매에 걸렸는지 의심된다고 선전하고 있으며 우편투표를 저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폭로전도 진실여부를 떠나 난무할 것이다. 대선의 결과는 오리무중에 있다.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려운 담대하고 파격적인 미국제일주의 외교정책을 수행해 왔다. 그는 김정은과 세번만나 북핵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으나 북한이 핵실험과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의 실험은 중단시켜 놓고 있다. 그는 문대통령과 자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하여 정책조율을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남북한 경제협력에 제동을 걸고 있으며 주한미군지원 분단금을 다섯배나 많이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김정은과 다시 만나 포괄적인 합의(big deal)를 전격적으로 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이 합의를 8년간 대통령직의 중요한 업적으로 부각시키고 노벨평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김정은도 트럼프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4년 동안 경제 제재의 악몽에서 해방될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현실적 이익 추구를 중시하여 강경 정책을 의기양양하게 수행할 것이다. 그는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3권 분립의 원칙을 초월하여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다. 그는 경제부흥, 공공질서, 미국우월주의, 반이민정책을 강조하고 푸틴과 같은 독제자들을 옹호하며 강대국간의 외교에 치중하여 전통적인 동맹의 중요성은 등한시할 수도 있다.

만일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완전한 퇴치를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경제의 부흥 과 교육의 정상화를 그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그는 미국의 군사동맹과 국제협약을 존중하고, 온건하고 협조적인 외교정책을 선호할 것이며, 예측이 가능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과의 첨예한 신냉전을 점차 완화하고 가능한 한 타협을 모색할 것이다. 그는 타협이 나쁜 말이 아니며 미국의 정치와 외교에서 유익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같이 전략적인 인내를 중시하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비핵화 보다는 비확산(핵무기 개발과 실험의 중지, 핵무기와 핵기술 수출의 금지)을 추구할 것이다. 그는 김정은을 “살인적인 독재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바이든은 문재인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대북정책에 관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장려할 수 있다. 그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유지되길 바라며 주한미군을 현상 유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지원하고 환영할 것이다.

■한국의 선택

한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 안에서 정책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1. 한국은 대내적인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립해서 세계적인 도전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2. 한국은 미중의 신냉전 속에서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감안하여 미래지향적인 선택을 해야 하고 미중의 대립에 필요없이 말려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길 바란다.

3. 한국은 상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기상황에 관련된 대응방안(contingency plans)을 철저하게 개발해 두어야 한다.

4.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의 변천에 대하여 자주적인 입장을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 한국은 이상주의적 목적(평화, 자유, 통일)과 현실주의적 방법(부국강병)의 실용주의적인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이채진 박사,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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