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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취’의 세상

2020-08-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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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이 구속됐다. 89세의 고령임에도 증거인멸 정황이 있다는 이유로. 이미 10일 전의 일이다.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The National Interest)가 뒤늦게 이 기사를 다뤘다. 이만희 총회장의 진짜 구속이유는 뭘까.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권에 개입하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그 만회 책으로 신천지에 손을 댔기 때문으로 이 잡지는 풀이했다.

이 이벤트가 그런데 그렇다. 정부여당의 기대에 영 못 미쳤다. 갈채가 쏟아지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국에서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보니 ‘코로나19 만연의 주범이 신천지란 등식’에도 무리가 있다는 세간의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와 함께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조국사태 이후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이른바 검찰개혁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었다. ‘민주주의의 허울을 쓴 독재를 배격해야 진짜 민주주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경고도 곁들이면서.

느닷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란 잡지의 성격 때문이다. 보수 싱크탱크인 미국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가 발행하는 외교와 안보 전문의 격월간지다.

왜 이런 외교 안보전문지가 ‘추미애와 윤석열’로 상징되는 한국의 검란에 관심을 쏟고 있나. 왜일까. 관련해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천취(天醉)’란 단어다.

은나라 주왕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놀다가 날짜를 잊어버렸다. 주변의 신하들에게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지만 신하들도 모두 술에 취해 날짜를 알지 못했다. 백성들도 모두 날짜를 잊어버렸다.

주왕이 신하를 보내 기자에게 날짜를 물어보게 했다. 기자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천하의 주인과 백성들이 모두 날짜를 잊어버렸다니 장차 위기가 닥쳐오겠구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날짜를 잊었는데 나만 날짜를 알고 있으니 나에게 큰 위험이 닥치겠구나.”
중국의 명대 풍몽룡의 저작인 ‘지낭’에 나오는 이야기로 도가 행해지지 않는 세상을 ‘천취’라고 한다.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검란사태에서 뭔가 이 ‘천취’ 상태와 비슷한 상황을 감지,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이 기사를 쓴 것은 아닐까.


취했다. 무엇에 취했나. 권력이다. 정권의 실세를 건드렸다. 그런 검사는 모두 잘라냈다. 그리고 청와대가 총애하는 사람들로 요직을 채웠다. 그런 검찰인사를 하고 추미애장관은 ‘인사가 만사가 맞다’고 외쳐댄다.

그 ‘독특한 정신세계’가 그렇다. 권력에 취하지 않고는…. 추미애뿐이 아니다. 한 여당의원은 윤석열 총장이 법치의 기본원리인 법의 지배(rule of law)를 강조하자 매우 충격적이라고 했다. 그 정신세계 역시 독특하기 짝이 없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윤미향이니 최강욱이니, 조국이니 하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도 그렇다.

천취의 상황에서 홀로 깨어있으면 화를 당하기 십상이다. 권력에 취한 사람들이 가득 찬 세상에서 권력을 비판했다가는 구속감이다.

그리고 그 총체적 결과는 천하의 위기, 다시 말해 국가안보위기다. 외교 안보지인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가 한국의 검란사태에 관심을 보인 것도 그러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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