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의 웬만한 거리에선 정갈하고 세련된 까페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한잔에 5,000원이 훌쩍 넘는 커피를 마시며 겉보기엔 패션 혹은 디자인을 공부한 양 패셔니스타의 스타일을 가진 20대 30대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청년 실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2030 세대는 부모, 정부, 더 나아가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듯싶다. 우리 세대는 아직 캥거루족도 많고, 실업급여, 코로나 대응 긴급재난기금과 같은 공돈도 주어지며, 윗세대가 이루어놓은 국가의 인프라를 애용할 수 있는 최적기에 태어난 금쪽같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e-편안한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아진 우리나라를 자화자찬하다 요즘 들어 정세에 조금씩 귀울이다보니 감히 향후에도 이런 편한 세상이 가능할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어느 자본주의 국가에서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일을 하고, 버는 만큼 노후를 위해 근로소득세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내라는 세금이 많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열심히 일하고 벌어 종자돈을 모아 내 집 마련에 겨우 성공하면 취득세를 내고 살게 된다. 그러다 그 지역이 개발이 되면 갑자기 투자가 과열되었다며 투기지역으로 선정된 후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내란다. 그걸 견디다 못해 결국 부동산을 파는 이들에게는 양도소득세를 내라는 정책으로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린다.
또 열심히 일해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이 30억을 초과하면 상속세를 50% 내라고 한다. ‘절세’를 하거나 이를 모면하기 위해 어떤 이들은 재산이나 기업을 상속 전 미리 해외로 옮겨버린다든지 어떤 자녀들은 이를 낼 수 없어 상속 자체를 포기해 버린다.
이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근대화 이후 우리 땀으로 이룩해놓은 수많은 중견, 중소기업들에게도 해당된다. 자녀들에게 물려주며 가업을 지키고 싶어도 그런 선택권도 가질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 오히려 나라에는 손해가 아닐까 싶다.
민주 자본주의에서 배운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저금을 해서 경제활동을 하며, 투자로 돈을 벌면 갑자기 그것이 ‘투기’가 되어버리고, 그에 따른 세금 폭탄을 떨어뜨려 마치 모든 투자 행위를 금지시켜버리는 사회 분위기는 뭔가 나의 자유를 서서히 박탈해가는 것 같다.
그것은 우리가 국가에서 받았던 ‘혜택’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이렇게 ‘청구’하지 않은 혜택보다는 자유롭게 벌고 사고파는 것에 대한 강압적인 규제에 대한 완화와 자율경쟁이 우리에게 더 큰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원칙인데 말이다.
요즘은 남보다 열심히 하고 잘 살게 된 고소득층은 꼭 벌을 받아야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듯하니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격려해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남미의 여러 나라들과 그리스 같은 나라들이 왜 잘못되어가고 있는지를 보면서 그저 나라에서 보조해주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겠다며 ‘배째라’는 기성세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껏 우리 윗세대들이 이루어놓은 e-편안한 세상을 송두리째 망쳐버리는 세대가 우리는 되어 있질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
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