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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일로 미-중 대립. 그 끝은…

2020-08-1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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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결코 좋게 볼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이 이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퓨 여론조사에 따르면 73%다.

2년 전에는 47%였다. 그러던 것이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만연되기 시작한 지난 3월의 시점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60%를 훌쩍 넘어 전체의 2/3 정도로 나타났다. 그리고 4개월 지난 7월에는 미국인 4명 중 3명이 중국에 진저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거기다가 78%에 이르는 미국인은 코로나 바이러스 만연사태에 중국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73%가 같은 생각’이란 것이 그렇다. 길을 지나가다가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모두 답은 하나로 들린다고 할까. 체감도로 볼 때 그 정도로 압도적인 것이다.

이 여론조사결과는 동시에 이렇게도 들린다.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따질 것 없이 절대다수의 미국인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관, 다른 말로 하면 중국공산당 체제를 일종의 ‘악의 체제’로 보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비서실장,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국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 그리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이른바 트럼프 행정부 ‘4인방’의 릴레이식 중국규탄 연설과 같은 타이밍에 이 여론조사가 실시됐다는 점에서 더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가. 이 여론조사결과는 패색이 짙은 트럼프의 재선 레이스에 한 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날로 굳어지고 있는 반중정서에 집중해 레이스를 펼쳐나가다 보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계속 중국에 대해 강경조치를 발표하는 거다. 그럴 때마다 초당적 지지가 쏟아진다. 그러면 여론의 힘에 눌려 조 바이든은 끌려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대선의 어젠다를 선점해 나갈 때 역전의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는 얘기다.

‘중국에 대해 맺힌 한은 날로 깊어가면서 적개심으로까지 표출되고 있다’- 퓨 조사로 드러난 미국의 바닥 여론에서 뭔가의 위험이 감지된다. 이런 지적과 함께 경고도 나오고 있다.

“계속되는 반중 메시지에 잇단 강경조치. 이는 미-중 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가 50년대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지적이다.

그 경고는 중국의 시진핑은 물론이고 트럼프도 국내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악화된 상태에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둔 시점에 트럼프가 처한 상황을 보자. 코로나19로 숨진 미국인은 16만이 넘는다. 실업률은 14.7%에 파산율은 43%나 증가했다. 거기다가 인종폭동까지 겹치면서 수퍼 파워로서 미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린다.

그 결과는 트럼프 지지율의 거듭된 하락이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차이나 배싱’이 그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반중여론의 거센 파도를 타고 잇달아 강경책을 쏟아놓는다.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 때리기에서는 바이든도 뒤질 수 없다. 움칫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반중정서에 편승한 막바지 대선정국은 가연성이 극히 높은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몽’에 부풀어 거칠 게 없었다. 그 시진핑에게 2020년은 악몽에, 악재의 연속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로 그렇지 않아도 하향세를 보이던 중국경제는 빈사상태를 맞고 있다. 거기에 덮친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만연사태다.

코로나19 위기는 그런대로 막아냈다. 그러나 그 대가는 혹독하다. 거짓말로 일관했다. 그 과정에서 중국공산주의체제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결국 전 세계가 중국에 등을 돌렸다. 재앙은 그로 그친 게 아니다. 그 다음 찾아온 것은 장강의 홍수다.

잇단 재앙적인 상황에서 시진핑의 영도력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있다.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시진핑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 돌파구가 없을까. 중화민족주의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전 세계가 등을 돌려도 상관없다. 14억 중국인민이 중국은 ‘천하의 중심 국가’임을 굳게 믿고 시진핑에 충성심을 보이면 권좌는 유지된다. 이를 위해서는 중화민족주의의 깃발을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이 휘날려야 한다. 어떻게.

선전선동을 더더욱 대폭 강화하는 거다. 동시에 필요하다면 불장난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한 예로 대만침공을 상정해보자. 성공할 경우 시진핑의 위상은 중국공산 왕조의 시조인 마오쩌둥을 능가할 수도 있다. 전 중국을 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말 그대로 ‘제 2의 시황제’로.

홍콩문제로, 대만해협에서,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에서, 그리고 인권문제로 미국과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시진핑은 외부를 향해 폭발성의 내셔널리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내려지는 결론은 이렇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사태가 이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가장 위험한 시기는 11월 미국대선을 앞둔 앞으로의 3개월로 점쳐진다.’

설마.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그 가운데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 그런 해에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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