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에 찍히면 죽는다”…틱톡, 미국 사업 ‘OFF’

2020-08-03 (월) 고병기 기자·베이징=최수문특파원
작게 크게

▶ 보안 이유로 미서 사용금지, MS에 매각 난항… 전면철수 결정

▶ 중 “근시안적 정치적 억압” 반발,‘제2 화웨이 사태’ 번질 가능성

“트럼프에 찍히면 죽는다”…틱톡, 미국 사업 ‘OFF’
“트럼프에 찍히면 죽는다”…틱톡, 미국 사업 ‘OFF’

트럼프 대통령이 보안을 이유로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단단히 찍힌 소셜미디어 ‘틱톡’이 제2의 화웨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틱톡이 미국 내 사업지분 전체를 매각할 방침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안을 이유로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결국 손을 든 모양새다. 당초 틱톡은 미국 내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고 지분 일부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반대로 여의치 않자 전면철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틱톡은 중국 스타트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15초 분량의 짧은 동영상 공유 서비스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소셜미디어로 성장했다. 미국에서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틱톡의 미국 내 다운로드 횟수는 1억3,000만건으로 인도(5억건), 중국(1억8,000만건) 다음으로 많다.


최근 틱톡이 처한 상황은 여러모로 화웨이와 유사하다. 틱톡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 정부가 보안 이슈를 걸고넘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에 유출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연일 틱톡을 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플로리다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이르면 이달부터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의 미국 내 사용도 금지한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틱톡 보이콧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도 화웨이와 비슷하다. 인도 정부는 지난 6월 말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사이버 공간의 안전과 주권을 보장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도 최근 안보 위험을 이유로 정부에 중국 앱 사용제한을 권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최근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마찬가지로 동맹국에 틱톡 사용 금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틱톡과 화웨이 등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두고 중국 정부가 미중 갈등에 따른 정치적 억압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는 움직임도 화웨이 때와 똑같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틱톡 금지를 관영매체를 동원해 비난하기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판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2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틱톡 사용 전면금지나 틱톡 매각 같은 조치는 미국 내 시장독점을 보호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정치적 억압일 뿐”이라며 “기술을 정치화해 결국 미국 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미국에 대해 “중국 기업들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무역 문제의 정치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틱톡의 방식은 화웨이와 차이가 있어 보인다. 화웨이는 새 거래선을 뚫고 대체공급망을 모색하는 등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우회로를 찾고 있지만 틱톡은 어떻게든 미국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틱톡의 유력 인수기업으로 거론된 MS가 철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MS가 틱톡 인수협상을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MS의 틱톡 인수에 부정적 의사를 나타내면서 MS의 계획에 차질이 생겨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고병기 기자·베이징=최수문특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