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 죽음 이야기

2020-07-14 (화) 12:00:00
크게 작게
코로나19에 갇혀있다. 벌써 몇 달째인가. 그러다보니 세월도 갇힌 것 같다. 봄인가 했더니 벌써 여름이다. 성하(盛夏)의 계절인 것이다. 그런데 여름의 향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갇혀 지내고 있는 탓인지.

지난 주말 서울발로 전해진 ‘두 죽음 뉴스’도 그렇다. 실감이 안 난다. 먼 나라, 이상한 나라에서나 있을 것 같은 이상한 이야기로 들린다. 코로나가 가져온 착시 속에 여름날의 허황한 꿈이라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먼저 실종 뉴스가 떴다. 그러다가 10일 새벽 0시1분(한국시간)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전해진 것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뉴스다. 그 자체가 쇼크였다. 1,000만 수도 서울의 시장이 자살을 하다니….


더 큰 쇼크는 박 시장이 여비서 성희롱으로 피소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찾아왔다. 인권변호사 출신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페미니스트다. 그런 그가 서울시 시장이라는 위력을 통해 여비서를, 그것도 4년 동안 줄곧 성추행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쇼크는 이내 허탈감으로 바뀌고 만다. 공무 중 사망한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 장으로 굳이 치룬 것이다. 50만이 넘는 국민들의 반대청원에도 불구하고.

10일 오후 11시4분에 별세한 ‘호국 영웅’ 백선엽 장군의 죽음은 예상되어온 죽음이다. 향년 100세로 고령의 노장군은 노환을 앓아왔다.

많은 한국 국민들을 허탈감을 넘어 분노로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이 호국영웅의 죽음에 대한 냉대에 가까운 문재인 정부의 반응이다. 조화만 보냈을 뿐 대통령은 따로 조문의 논평조자 내지 않았다. 정부여당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 역시 예상됐던 일이 아닐까. 6.25로부터 나라를 건진 이 노병에게 친일파란 낙인이 찍혀졌다. 만군 중위출신이란 이유로. 그리고 서울의 현충원 안장은 물론이고 대전 현충원 안장마저 안 된다는 주장을 여권일각은 펴왔으니까.

보훈처는 서울현충원이 포화상태란 이유로 백장군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결정했고 노장군은 생전에 논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담담히 받아들임으로써 장군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주목을 끈 것은 워싱턴의 반응이다. 청와대는 침묵을 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는 ‘공산침략을 격퇴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번영하는 데 초석역할을 한 영웅’이라며 별세한 백 장군을 애도하는 성명을 냈다.


역대 한미연합사령관들도 백 장군의 죽음을 애도했다.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조지 워싱턴과 같은 한국의 아버지’라고.

너무나 다른 두 인물, 그리고 극도로 대조되는 두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 서울발로 전해진 이 뉴스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나.

탈법을 저지르고도 정의라고 우긴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가운데 권력은 한껏 오만을 과시한다. 50만이 청원을 하든 말든…. 위선과 거짓, 그리고 탈법이 지나 초법의 매트릭스 속에 갇혀버린 것이 대한민국의 오늘이란 사실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상징 백선엽 장군의 쓸쓸한 영면 소식은 대한민국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일종의 루시드 드림(Lucid Dream), 자각몽은 아닐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