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LPGA E1 채리티 오픈
첫 와이어 투 와이어로 통산 5승, 2년전 같은곳서 우승·다승왕 올라
▶ ‘벙커샷 이글’ 유해란 2타차 2위, 작년 전관왕 최혜진은 공동 10위
이소영이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LPGA]
지난 2018년 9월 경기 이천의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올포유 챔피언십.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한 이소영(23·롯데)은 이 대회에서 시즌 3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그 우승으로 그 해 다승왕에 올랐다. 이듬해 2019시즌을 우승 없이 보내야 했던 그가 대회는 다르지만 같은 장소에서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소영이 31일 ‘약속의 땅’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아 3언더파 69타를 친 그는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신인 유해란(19·SK네트웍스·15언더파)을 2타 차로 제쳤다.
완벽한 우승이었다. 첫날부터 단독 선두에 나선 이소영은 한 번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며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19개의 버디를 뽑는 동안 보기는 단 2개로 막았다.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째를 거둔 그는 짝수 해에 유독 강세를 보여 왔다. 신인이던 2016년 1승, 2018년 3승, 그리고 이날까지 모든 우승을 짝수 해에 수확했다. 지난해 준우승만 3차례 기록했던 이소영은 이번 시즌 열린 3개 대회에서 4위-4위-우승으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1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이소영은 국가대표 후배인 ‘루키’ 유해란의 끈질긴 추격을 받았다. 2위였던 최예림(21·하이트진로)이 뒷걸음을 하면서 경기는 나란히 아이언 샷이 주 무기인 이소영과 유해란의 매치플레이 양상으로 흘렀다. 야구의 투수전처럼 팽팽하던 접전에서 이소영의 경험과 침착함이 빛났다.
이소영은 유해란에 1타 차로 쫓기던 7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이후 곧바로 8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쳐 위기를 맞았으나 급경사의 내리막 3m 파 퍼트를 홀에 떨궈 2타 차 리드를 유지했다. 13번홀(파4)에서도 고비를 맞았다. 234m로 짧은 이 홀에서 티샷을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뜨린 유해란이 두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이글로 단숨에 동타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이소영은 이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린 뒤 침착하게 두 번의 퍼트로 버디를 잡아 1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16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여 2타 차로 달아난 그는 남은 두 홀에서 파를 지켜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이다. 이소영은 경기 후 “답답함이 없지 않았지만 3, 4라운드 보기 없는 플레이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첫 메이저대회 우승과 KLPGA 대상 수상을 노리고 싶다”고 이번 시즌 목표를 밝힌 그는 “짝수 해 우승 공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우승하고 싶다”며 웃었다.
유해란은 여러 차례 버디 퍼트가 살짝살짝 빗나간 탓에 우승에는 못 미쳤지만 안정된 드라이버 샷과 예리한 아이언 샷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규 투어에 데뷔하기 전인 지난해 추천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제주 삼다수 오픈에서 우승했던 유해란은 이번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된다. 지난해 신인으로 3승을 거둔 임희정(20·한화큐셀)이 김소이(25)와 나란히 12언더파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지난해 KLPGA 투어 전관왕에 오른 최혜진(21·롯데)은 9언더파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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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