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불안해서…‘현금 기피, 카드 결제 선호’

2020-05-26 (화)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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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 도는 지폐는 누가 만졌는지 몰라서…”

▶ ‘캐시 온리’ 업소들도 신용카드 받기 시작, 캐시리스 사회 가속… 금융 소외계층엔 불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LA 곳곳에서 현금 대신 비대면 비접촉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LA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지폐 사용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비접촉 수단으로 결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LA 지역 내 일부 업소들의 경우 현금 지폐가 코로나19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현금 결제를 거부하고 신용카드를 비롯한 비대면 결제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현금없는 사회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달러화의 위력이 여전하지만 LA에서 달러 지폐 사용을 선호하지 않는 업소들이 있으며 ‘캐시 온리’(Cash Only)만을 요구했던 업소들도 현금 받기를 꺼리고 있다.

일례로 한인타운 베벌리 블러바드 선상에 있는 일식식당 노시스시는 수년간 현금만 받는 곳이었지만 최근 들어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받기 시작해, 이제는 매출의 50%가 비현금 결제다.

비단 노시스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LA 내 모든 업종에서 현금 결제 보다는 비대면 결제 방식 선호 현상은 코로나19 확산과 정비례해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금 지폐가 코로나19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지만 지폐 사용을 꺼리는 이유는 지폐의 전 사용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여기에 보건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 중에서 가급적 비대면 결제 방식으로 거래할 것을 권고하는 사항이 포함되면서 현금 기피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편으로 현금 기피 현상은 소위 ‘캐시리스 사회’의 도래를 더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결제 방식 중 하나인 페이팔의 경우 지난 4월에는 하루 평균 25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양산했으며 현재 전 세계에 3억2,500만명이 페이팔을 사용하고 있다. 이중 50% 정도가 미국 내 사용자들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지털화폐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의회에서는 디지털 달러를 만들면 개인들의 전자지갑에 신속히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비대면 결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소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에 해당되는 1,410만명은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데빗카드와 신용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한 금융 소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금융 소외층의 격차를 줄여야만 미국의 경제가 ‘현금없는 사회’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확산된 현금 지폐 사용 기피 현상이 현금없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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