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이후의 국제정치 패권

2020-04-28 (화)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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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패권질서 구축에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삶의 형태마저 변화시키는 코로나는 기존의 국제정치의 패권 형태를 인류공존의 가치와 공생을 위한 새로운 국제 규범적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하는 절박한 요소가 된 것이다.

현재 각 국가들은 비상사태인 코로나 퇴치를 위해 세계화를 거스르는 폐쇄적인 국가중심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자국보호주의에 입각한 국제주의로 국제사회의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스테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은 개별국가 단위의 권력을 강화하고 민족주의의 재발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민들이 국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자국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게 되면 국경을 초월하던 세계화 시대가 와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든 국가들은 코로나 위기를 통제하기 위해 비상조치를 채택했으며 위기가 종식된 후에도 기존의 통제력을 그대로 국가권력의 형태로 이어갈 확률이 높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 비상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경제가 붕괴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비상사태가 치료약의 개발로 진정된다 해도 빠른 시일 내의 경제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반면 비효율적인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 연대의식이 강화되고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코로나로 세계화가 잠시 주춤했으나 극복과정에서 인류공존의 절박성에 기반한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의 국제주의로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례로 코로나 대처에 롤 모델이 되고 있는 한국이 전세계적 협력차원에서 인프라를 공유하는 것은 국제주의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중을 중심으로 유지되던 국제사회의 패권질서 변화와 코로나 이후에 대두될 국제주의를 향한 세계시민의식의 상관관계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은 물론 프랑스, 독일, 영국등 유럽강국들마저 코로나 대처에 실패해 국가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던 글로벌 민주주의 형태에 제동이 걸리며 국제적 리더십도 치명타를 입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위기 사태를 틈타 국제적 영향력 확대는 물론 대미 주도권 확보라는 반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동안 무역전쟁과 영토분쟁에서의 수세를 만회하고 국제질서의 새로운 패권전략에 올인 하려는 시진핑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유럽 국가들마저 초토화된 상황에서 빠른 회복세로 세계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리더십은 치명타를 입었고 많은 국가들이 세계화에 거스르는 자국보호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는 인류사회의 안보와 안전을 위해 성공적인 인프라를 공유하며 더욱 협력하는 한층 성숙된 국제주의로 나갈 것이다.

결국 코로나 사태는 국가보호주의로 일보 후퇴하나 국제사회의 패권질서를 국가에서 시민으로 재편하는 인류사에서 진보의 접점이 될 것이다.

<써니 리 한미정치발전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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