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장 문화’에 발목 잡힌 일본의 재택근무

2020-04-24 (금) 12:00:00 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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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 날인’위해 출근해야

“매주 한두 번은 상사로부터 날인을 받으려고 출근하고 있어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정부가 직장인들에게 재택근무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도쿄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여성은 마이니치신문에 이 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부터 재택근무가 도입됐으나 경비 정산 서류에 상사의 도장을 찍기 위해 전철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장을 찍어주는 상사도 여러 부하직원들의 서류 결재를 위해 주당 서너 번은 회사에 나오고 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7일 도쿄 등 7개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사람과의 접촉 70~80% 감소’를 목표로 재택근무의 원칙적 실시를 요청했다. 사무실 출근이 부득이한 경우는 출근자 최소 70% 감소를 당부했다.

그러나 위 사례처럼 일본 기업 특유의 ‘도장 문화’가 재택근무 확산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꼽히고 있다. 서류 작성은 개인컴퓨터(PC)로 가능하지만 결재 및 계약 서류에는 상사나 임원의 날인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일본정보경제사회추진협회에 따르면 인감이나 자필서명 대신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전자계약을 일부라도 도입한 기업은 1월 기준 43.3%에 그쳤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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