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유럽 자동차 판매 거의 마비…국내 수출공장 감산 불가피

2020-04-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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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충격 본격화…쌍용차 순환휴업·현대차 주 단위로 생산계획

▶ 유동성 확보경쟁…BMW 회장 “대기업도 생존에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

미국·유럽 자동차 판매 거의 마비…국내 수출공장 감산 불가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연합뉴스 자료사진]

4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도 수출 모델 위주로 감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세계적인 수요 급감에 손을 쓰지 못하고 긴급히 현금확보에 나섰다.

◇ 미국·유럽 등 차 판매 급감…4월 수출절벽 우려


5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유럽은 이동제한 조치로 인해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 판매는 3월에 이미 큰 폭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이 -33%, 프랑스 -72%, 이탈리아 -85%, 스페인 -69%, 독일 -38% 등이다.

공장이 멈추고 판매점이 문을 닫은 데다가 수요도 없어서다.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은 3월에 물량이나 금액에서 모두 소폭 플러스를 나타냈지만 이달에는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엔 미국과 유럽이 점차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갔지만 기존 주문 취소로 바로 연결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영업일도 작년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달엔 월말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봉쇄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런 조치가 언제까지 연장될지, 이후 경제적 후유증이 얼마나 클지도 예측이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이 늦게 시작된 미국이 4월엔 유럽과 같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4월 미국 수요 -80%로 2월 중국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게다가 GM이 84개월 무이자 할부로 출혈경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가 4∼5월에 최악이고 이후에도 수요회복이 지연으로 가동률 회복 느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분기 해외 업체들의 북미 생산 계획을 보면 40% 감소도 있고 현대·기아차도 평균 30% 감산"이라며 "2분기에도 수요회복이 안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국내 업체에 파장…쌍용차 순환휴업, 현대차 주 단위 생산계획

현대차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계획을 주 단위로 짜기로 했다.

또 현대·기아차는 이달에는 수출용 모델이나 비인기 차종은 생산량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3월에는 그랜저, GV80 등 신차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상용차 등의 판매는 줄었다.

쌍용차는 이미 순환 휴업에 들어갔다. 공식 사유는 유럽산 부품 조달 차질이지만 판매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신차가 없어서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완충효과를 보지 못했다.

쌍용차는 올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쌍용차 지원을 거부하며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지엠(GM)도 미국시장 분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GM은 작년 생산 40만9천830대 중 34만774대를 수출했다. 한국GM은 이달까지는 주문 후 선적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5월에 차를 실은 배가 떠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르노삼성차는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물량이 지난달로 끝났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지진 않는다. 그러나 유럽 시장상황으로 인해 XM3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까 우려가 크다.

◇ 다급해진 글로벌 차 업체…긴급 유동성 확보

미국과 유럽 비중이 높은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충격이 더 크다 보니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2일(현지시간) 재무 유연성을 확대하기 위해 12억 유로 신규 신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BMW 올리버 집스 회장은 3일 직원들에게 "3월 실적은 거의 30년 만에 최악이고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선 대기업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며 "유동성 확보 등 대대적 조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도요타도 이미 지난달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과 미쓰비시(三菱)UFJ은행에 5천억엔씩, 총 1조엔(약 11조1천953억원) 한도 융자를 요청했다. 작년 말 기준 약 5조엔(약 56조555억원)이 있지만 만일에 대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만 도요타는 현대차에 비하면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편이다.

도요타는 3일부터 렉서스 생산 라인을 포함해서 일본 내 5개 주요 공장을 닫았다. 미국 유럽 수출수요 감소에 따른 조치다.

세계적인 업체들이 서둘러 현금조달에 나선 이유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공장을 세워도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허버트 디에스 사장은 "공장 가동중단으로 주당 20억 유로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생산은 안해도 인건비 등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협력업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공장이 다시 돌아갈 때 공급망도 정상 가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므로 미리 움직이는 측면도 있다.

◇ 내수로 버티고 부품업체 살려놔야

이미 국내 자동차 기업의 해외공장들이 인도, 미국, 유럽, 남미 등에서 연쇄적으로 폐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중소협력업체들의 줄도산과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부품 업체의 경우 이달 중순 이후 글로벌 부품 조달 차질을 예상하면서 유동성 문제가 대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해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공공기관 차 구매계획을 앞당기고 전기차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줘서 내수 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항구 위원도 "자동차 수요가 살아났을 때를 대비해서 감원하지 않고 중소협력업체들이 도산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특히 특수 소재 등을 다루는 업체는 무너지지 않게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품사들의 자금 사정이 이미 좋지 않기 때문에 신용기준을 완화해서 일단 돈이 돌도록 해줘야 한다"며 "중견-중소기업 모두 기간산업 지원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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