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19는 지구 종말 전조?

2020-03-28 (토)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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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대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히는 노스리지 지진이 가까스로 수습된 지 얼마 안 돼서 또 미진이 발생하자 동양선교교회의 고 임동선 담임목사가 주일예배 설교 중 조크를 했다. 그는 “지진 바로 다음날 새벽예배에 나온 신자들이 놀랍게도 평소보다 두 배쯤 많아졌다”며 “그 후부터는 하나님께 앞으로도 크게는 말고 적당하게, 자주 자주 LA땅을 흔들어 주시라고 간절히 기도 한다”고 말해 신도들을 웃겼다. ‘설교의 달인’으로 불린 임 목사다운 익살이었다.

요즘 지구촌 전체가 겪는 코로나바이러스 재앙에 비하면 4반세기 전의 노스리지 지진피해는 새 발의 피다. 당시는 사망 57명, 부상 8,700여명에 500억 달러(현재가치 86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냈지만 코로나는 이미 미 전국적으로 사망자 700명, 확진자 6만 명에 육박한다. 경제가 올 스톱돼 정부가 돈을 억이 아닌 조 단위로 쏟아 붓는다. 하나님께 ‘살려 달라’고 기도하려는 사람들이 몇 배 더 많아졌겠지만 교회들이 문을 닫아 새벽예배도 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진 홍수 산불 전염병 따위의 가공할 자연재해를 겪으면 초자연적 존재인 신에게 눈을 돌리곤 한다. 자연재해뿐 아니라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김정일의 공갈 한마디에도 서울지역 교회들이 돌연 만당을 이뤘다고 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말세가 가까워졌다는 공포감이 사회에 팽배해지고, 교인 아닌 일반인들의 입에도 지구 종말론이 회자되기 일쑤다. 혹세무민의 자칭 선지자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 지구가 망할 연월일시를 호언한다.
요즘도 마찬가지인데, 불가사의하게 코로나-19 재앙을 12년 전에 정확하게 맞춘 미국인 심령술가가 있다. 인기 저술가이기도 한 실비아 브라운은 “2020년경에 폐렴 비슷한 괴질이 지구를 휩쓸어 뭇사람의 폐와 기관지를 망쳐놓지만 백약이 무효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괴질이 나타날 때처럼 갑자기 사라지며 10년 후 재발했다가 그 뒤 영원히 소멸된다는 것”이라고 자신의 책 ‘나날의 끝: 지구 종말에 관한 예언과 하나님의 계시’(2008년)에서 주장했다.
고작 한 문장뿐인 브라운의 괴질 예언은 금세 잊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그녀의 책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2위(논픽션부문)로 뛰어올랐고 값도 300달러 이상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그녀의 예언이 운이 좋아 적중했을 뿐 계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앞서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데이터에 허구를 적당히 짜깁기했다는 것. 실제로 브라운은 자신이 88세까지 산다고 장담해놓고 77세에 죽은 엉터리 예언가였다.


그녀의 책에는 폐렴괴질처럼 아찔한 예언들이 더 있다. “2020년까지 현직 미국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죽고 그를 승계한 부통령은 대량학살무기를 보유한 북한에 선전포고를 한다”거나 “증권시장, 뮤추얼펀드, 펜션과 개인은퇴계정(IRA) 등이 2020년 이전에 종식될 것”이라고도 했다. 역시 빗나갔다. 또한 50년 후, 100년 후의 세상에 관한 예언도 있지만 지구의 종말에 관해선 노스트라다무스나 성경의 요한계시록에 포함된 관련 내용들을 해설하는 수준이다.

종말론은 무수히 제기돼왔지만 매번 빗나갔다. 가장 최근 제기된 지구 끝 날은 작년 12월 21일이었다. 고대 마야문명의 달력이 그 날로 끝났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의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1666년에 끝장난다고 믿었다. 숫자 666을 요한계시록의 짐승(로마네로황제)으로 해석했다. 핵전쟁 위험을 가리키는 ‘지구 종말의 날 시계(TheDoomsday Clock)’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정에서 100초전(11시 58분 20초)까지 앞당겨졌다고 했다. 자정은 종말을 뜻한다.

호주를 덮친 미증유의 산불, 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킨 메뚜기 떼에 이어 전 인류를 옥죄는 코로나-19 등 이어지는 재앙이 말세의 전조여서 세상이 올해 끝난다는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세상종말을 ‘주도할’ 예수 자신이 “그 일시는 천사들도, 아들(예수)도 모르고 오직 아버지(하나님)만 안다”고 설파했다(마24:36).
헛소리하며 허둥대기보다는 부지런히 손 씻고 ‘방콕’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 자기종말부터 피하는 것이 모두에게 바람직하다.

<윤여춘 전 시애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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