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출자제령 내렸는데 어떻게 투표하라고…

2020-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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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외선거 ‘코로나 대혼란’, 20여개국 “선거 어렵다” 감염 우려 투표율 줄듯

▶ 투표함 한국 이송도 난제

제21대 국회의원 재외선거가 오는 4월1일부터 6일까지 예정대로 실시된다고 LA 총영사관이 밝혔지만(본보 25일자 보도),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재외투표는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외출자제령 등 이동 제한 조치로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이 어려워진 곳이 많은 데다, 투표 이후 투표함이 한국까지 무사히 전달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재외국민 중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17만여명은 각 공관에 마련된 투표소 205곳에서 다음달 1~6일 중 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에서는 이동 제한 명령 위반 시 벌금 부과안까지 발표됐고,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겹쳐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표를 행사해도 한국까지 전달할 길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이전 선거의 경우 직항 노선이 있는 공관에서는 곧바로 외교행낭을 통해 투표함을 부쳤고, 직항이 없는 경우는 외교관이 투표함을 직항이 있는 ‘허브공관’까지 이송했다. 투표함은 반드시 사람이 직접 옮겨야 했고, 교체나 분실을 막기 위해 2인 1조로 움직였다.

문제는 항공 노선 운항 중단ㆍ축소로 LA를 비롯해 뉴욕, 싱가포르, 토론토, 시드니, 두바이, 프랑크푸르트, 파리, 방콕 등에 있는 기존 허브공관이 과거처럼은 기능을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각 나라마다 외국인 전면 입국 금지나 특정 국가 체류자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어 투표함을 허브공관까지 운송하는 영사 인력 이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24~27일 선거관 교육을 받기 위해 입국했던 203명의 재외선거관 중 2명이 한국 방문자 현지 입국 금지 조치 때문에 본래 근무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을 정도다.

투표함 이송 시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입국 후 14일간 의무적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나라의 경우 투표함을 이송한 인력은 복귀 후에도 격리를 감수해야 한다. 영사 인력이 소수인 공관이라면 업무 차질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재외선거 사무를 중지하거나 일정을 축소하는 지역이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선관위는 17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재외선거를 중지하고, 이탈리아에서는 선거를 이틀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후로도 각국의 이동 제한 지역과 기간이 늘어나면서 외교부는 재외공관에 선거 진행이 가능한 상황인지 평가해 보고하라는 지침을 보냈고, 각 재외공관으로부터 취합한 바에 따르면 재외국민 선거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국가가 20여개국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이동제한명령이 내려진 유럽 국가와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에서는 선거 진행이 어렵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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