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신호의 냉온탕

2020-03-13 (금)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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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공동의 적으로 등장한 코로나19 감염이 전 세계로 번지는 동안 북한은 지난 한 주 동안 내외적으로 바쁘게 움직였다. 남한을 상대로 엇박자의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핵화문제나 자립생존 전략에는 변화의 소지를 보이지 않았다.

2월29일 김정은 위원장은 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당의 조직과 농업을 각각 담당하는 두명의 중앙위 부위원장을 해임했다. 이들은 “비당적 행위와 특세, 특권,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들”이 문제가 됐다. 정치국 확대회의는 “부정부패 현상을 발로시킨 당 간부 양성기지의 당위원회를 해산”하고 해당자들에 대한 처벌을 결정했다.

이번 숙청은 파벌싸움 또는 지도자에 대한 불충성 등으로 단행된 과거의 숙청과는 성격이 달랐다. 개인의 특전과 사리사욕에 몰두한 부정부패의 척결이라 할 수 있다. 부정부패와 연관된 숙청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부패는 인민이 정권에 등을 돌리게 하고, 지도자에 대한 지지를 약화시킨다. 결국 정권유지를 위해서도 김정은은 부정부패를 막아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확산방지를 위한 시급한 대책을 논의했다. 북한은 현재 의심대상자들에 대한 격리 수용, 감염예방 의료조치와 대대적인 예방 홍보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를 한 명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로동신문은 약 7,000명이 감염의심 대상자로 격리 수용되고 있음을 보도한 바 있다.

3월1일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와 보건협력을 북한에 제안했다. 북한은 이러한 남한과 기타 국제사회에서 제안한 의료지원 협력에 대해서 즉각적인 호응을 하지 않았다.

3월2일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김정은이 현장에서 발사를 지휘했다. 작년 11월 이후 처음인데, 그것도 한국은 코로나19 감염문제로 정신을 차리기 힘든 와중에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안보팀은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북한에 도발중단을 요구했다.

3월3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향해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기 위해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서 훈련은 주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녀의 말처럼 금년 한미훈련이 연기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가 평화나 화해, 협력에는 관심도 없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흥미 있는 것은 김여정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새로이 정의하는 듯한 측면이다. 그녀의 주장대로라면 남쪽이든 북쪽이든 상대방이 하는 훈련에 대해서 참견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미국과 합동훈련을 재개할 때 북한이 가만히 있겠다는 것인가?

김여정이 성명에서 사용한 “겁먹은 개”, “완벽하게 바보스럼” 등의 용어가 저속하고 모욕적이지만 북한 대남 선전공세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성명은 냉소적 풍자형식이었다. 남북대화를 단절하겠다는 최후통첩도 아니었다. 성명의 끝머리에 “대통령의 직접적인 립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3월4일 김정은은 문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코로나19 방역으로 투쟁하는 남한국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는 것이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의하면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을 걱정하며 문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강조했다고 한다.


3월5일 문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답장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이 친서를 보내온 국정원-통전부 채널을 통해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한편 미국에서는 3월5일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가 주최한 타운 홀에서 자신이 북한에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고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가 좋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는 말을 지금도 반복한다.

지금 모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도전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다.

<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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