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면서

2020-03-10 (화)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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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 지역 유력 주류사회 일간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처음 통화해 본 기자인데 누가 나한테 연락해 보랬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역의 한 대형 한인교회 이름을 대면서 그 교회 출석 교인 중 한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나는 우선 그 질문에 화들짝 놀랐다. 그게 사실이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그 교회 교인도 아니고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대답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한인사회 소식은 나도 동포사회 언론 보도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는데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그런 루머를 들었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 교회에 연락해 확인해 볼 수는 없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그 교회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담임 목사님의 연락처를 찾아 직접 연락해보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 기자와 별로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현재 한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면서 혹시 이 지역에도 한인들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생길지 모른다는 점에 취재의 초점을 맞추는 듯 했다. 나는 그 기자에게 해당 교회에 감염된 교인이 있는 게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만약을 대비해 교인들에게 취할 수 있는 예방 조치를 알리고 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그것도 나는 언론 보도를 통해 들었다고 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 같다. 남극을 제외한 6개 대륙 모두에서 감염자가 발견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도 며칠 전에 감염자가 이미 500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는 상태이다. 워싱턴과 캘리포니아는 주지사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도 뉴햄프셔와 매사추세츠 그리고 가깝게는 뉴욕과 노스캐롤라이나에도 감염자가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사망자가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급기야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들은 여러 번 검사를 받아야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런 와중에 바이러스 전파 우려가 경제와 사회에 주는 타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지난 며칠 증시는 폭격을 맞은 것 같았다. 연방중앙은행이 이자율을 낮추었지만 급락하는 주가를 잡기에는 부족했다. 오히려 급격한 이자율 인하가 투자자의 심리를 더욱 위축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수출업과 관광 여행업은 물론이지만 생산업에도 직접적 영향이 있다.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은 텅 비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외출이나 모임을 꺼린다고 한다. 학교 개학은 미루어지고 교회에서도 예배를 제외한 다른 모임은 자제할 것이 권유되며 예배마저도 한국이나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일정 기간 동안 참석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다. 동포 사회 내에서의 각종 모임과 행사도 취소되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도 연방질병통제센터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생들의 중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를 포함해 한국으로의 여행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달 봄 방학을 이용해 한국을 방문하려던 5개 고등학교와 1개의 초등학교 학생들의 여행이 모두 취소되었다. 그 중 올해에 처음으로 학생 교류 프로그램을 시도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퇴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아직 검사기구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사용 가능한 백신 개발에 적어도 1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이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우리가 현재처럼 계속 패닉 상태로 있을 순 없다. 모두가 현명하게 처신해 자신의 건강도 돌보고 남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감염과 전파를 ‘최소화’하는 적절한 조치는 취해야 한다.

그러나 조속히 정상적 활동도 재개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최소화’가 모든 것을 ‘취소’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생명과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래서 모든 활동이 취소된다면 그것은 사회 전체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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