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게는 다 자라면 스스로 자신의 뇌를 소화시켜 버린다. 어물전에선
머리 따윈 필요 없어. 중도매인 박씨는 견습인 내 안경을 가리키고
나는 바다를 마시고 바다를 버리는 멍게의 입수공과 출수공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지난 일이여. 나를 가만두지 말길. 거대한 입들이여.
허나 지금은 조용하길. 일몰인 지금은
좌판에 앉아 멍게를 파는 여자가 고무장갑을 벗고 저녁노을을
손바닥에 가만히 받아보는 시간
성윤석 ‘멍게’
사람들은 ‘바보 멍청이’로 부족하면 ‘멍게 해삼 말미잘!’ 애먼 우리 가문 들먹이며 욕하지. 하지만 우리는 두뇌를 먹어버리면서 번뇌도 먹어버렸지. 수행하지 않아도 탐내고, 화내고, 시비하는 마음 일지 않지. 입수공에 들어온 바다는 출수공으로 나가며 더욱 맑아지지. 탐욕의 입수공은 크고 출수공은 막힌 자칭 호모 사피엔스여, 머리는 무겁고 다리는 허약하구나. 여인의 손바닥에 얹힌 노을 한 점 초고추장 찍어 꿀꺽 삼키려무나. 육체를 굶기면 네 소중한 영혼도 팽개치리니. 반칠환 [시인]
<성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