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이빙스 예금 3만달러가 사라졌어요”

2020-02-21 (금)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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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퍼리스’ 4년만에 확인 잔고 1천달러 뿐, 누군가 수십차례 걸쳐 용의주도하게 인출

▶ 한인고객 신고에 은행 “기간지나” 책임회피

“세이빙스 예금 3만달러가 사라졌어요”

한인 박모씨의 체이스뱅크 세이빙 어카운트 내역서. 2015년 28,673달러였던 예금이 2019년 11월 1,057달러만 남아있다.

“은행에 예치한 수만달러 예금이 사라졌어요”

어바인에 사는 한인 박 모(62)씨는 체이스 뱅크 세이빙 어카운트에 예금해뒀던 3만 달러가 자신도 모르는 새 사라져 버린 억울하고 황당한 피해를 당했다.

하지만, 체이스 은행 측은 피해 신고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박씨는 단 한 푼도 예금을 보상받지 못했고, 예금을 불법 인출해간 사기범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15년 어바인의 헤리티지 플라자에 위치한 체이스 뱅크 지점에서 세이빙 어카운트를 개설하고, 여기에 약 3만달러를 예금했다. 아들의 결혼 자금에 쓸 생각이었다. 이 어카운트를 ‘페이퍼리스’로 돌려놓은 뒤 4년간 한 번도 어카운트를 확인한 적이 없었던 박 씨가 예금이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17일 이었다.

박씨는 “예금한 지 4년만에 온라인으로 어카운트를 확인했는데 남아 있는 돈은 1,000달러에 불과해 충격을 받았다”며 “세이빙 어카운트에 돈을 예치한 뒤 단 한번도 인출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예금이 사라질 수 있는 지 황당하기만 하다”고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온라인에서 예금인출 기록을 확인한 박 씨는 더욱 기가 막혔다.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2018년 4월부터 박 씨의 세이빙 어카운트 예금을 수십차례에 걸쳐 조금씩 인출해 간 것이었다.

박씨의 온라인 예금인출 내역서에는 2018년 4월 1달러 인출을 시작으로 15달러, 1,000달러, 1,200달러, 1,300달러 순서로 조금씩 인출액을 늘려가면서 약 2만 7,000여달러를 페이팔(Paypal)을 통해 빼내간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특히, 박씨의 돈을 빼간 사기범은 처음엔 소액을 인출하다 조금씩 액수를 늘리고 나중에는 1.079달러 63센트씩 동일액수를 10여차례에 걸쳐 빼내는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라진 예금을 찾기 위해 박씨는 체이스 뱅크를 찾아가 하소연 했지만 은행측은 규정을 들먹이며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24일 박씨가 은행 측에 예금에 대한 보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서자 은행 측은 신분도용 사기가 포함된 2019년 4월 23일 내역서 이후로 60일간 어카운트 소유주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보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사기를 감지하면 고객에게 통보를 하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은행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는 “신분 도용범에게 예금을 내줬던 은행이 책임을 지기는커녕 어카운트를 방치했다며 내게 책임을 되물어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최근 박씨는 신분도용 사기범이 예금을 인출하는 데 사용한 페이팔측에도 예금반환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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