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포의 성탄선물

2019-1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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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선물 준비해야지, 부모님들에게도 뭔가 해드려야지, 직장동료, 친지들에게도 인사해야지. 그러다보면 정작 크리스마스 날에는 녹초가 되기 일쑤다.” 한 워킹 맘의 푸념이다.

이 크리스마스 선물관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B.C.로 거슬러 올라가는, 다시 말해 예수탄생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태양신의 축일과 동짓날에는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 축제기간 때는 일반 로마시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노예들에게도 한 해 동안 수고한 대가로 선물이 주어졌다. 바로 고대 로마의 태양신 축제에서 비롯됐다는 것.


서방교회가 12월25일을 예수 탄생일로 정하면서 이 관습은 크리스천 문화에 융화됐고 성탄선물은 특히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에 의해 활성화 됐다고 한다. 하나님이 자신의 아들을 모든 사람에게 선물로 주셨다. 때문에 신자들도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그 취지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본래의 의미가 퇴색된 지 이미 오래다. 그 크리스마스 선물이 올해의 경우 공포로까지 다가와서다.

‘크리스마스 선물 = 공포’란 등식을 마련한 인물은 북한의 김정은이다. 미국의 제재에 안달이 났는지 도발의 수위를 계속 높여왔다. 그러면서 비핵화협상 데드라인을 연말까지로 일방적으로 설정하면서 ‘엄청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
그 선물 보따리는 무엇일까. 대남 군사적 도발일까. 장거리미사일 발사인가,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일까.(이 글을 쓸 시간에는 선물보따리가 아직 풀어지지 않았다)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면서 항모전단에,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속속 한반도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비하면 세계적인 관심도는 상당히 낮다. 문재인 대통령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 선물이 그런데 그렇다. ‘크리스마스 선물 = 우려 혹은 의문’이란 등식으로 비쳐지는 느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과 신장위구르 문제를 ‘중국의 국내문제’라고 인정했다는 보도내용부터 그렇다. 홍콩과 신장위구르문제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지탄하는, 중국으로서는 아킬레스건 같은 문제다.

인권대통령을 자인해왔다. 그런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중차대한 인권탄압 사태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것.

그뿐이 아니다. 전 세계가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열린 시진핑과의 회담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에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관련해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한국과 중국은 대북제제 해제 필요성에 대해 암묵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니까 시진핑의 중국에게, 또 김정은의 북한에게 문 대통령은 산타클로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모자라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한 배를 타겠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도대체 어디로 끌고 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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