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홍콩 선거 후 첫 대규모 집회 80만 운집

2019-12-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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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인권의 날’ 기념·과기대생 사망 한 달 맞아

▶ 고등법원 화염병 투척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적 진행

홍콩 선거 후 첫 대규모 집회 80만 운집

8일 홍콩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세계 인권의 날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시위는 시위대와 경찰의 자제로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열렸다. [AP]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9일로 만 6개월을 맞는 가운데 8일 홍콩 도심에서 ‘세계 인권의 날’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 주최로 이날 오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80만명(경찰 추산 18만3,000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이다.


이들은 빅토리아 공원에서의 집회 이후 홍콩 최대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홍콩정부청사가 있는 애드머럴티, 경찰본부가 있는 완차이 등을 지나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까지 행진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21일 시위 이후 폭력 사태가 우려된다며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대규모 행진을 불허했으나, 이날 집회와 행진은 4개월여 만에 허가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치러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하는 압승을 거둔 후 달라진 정치 지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는 구의원 선거 후 개최된 첫 대규모 집회이다.

이날 집회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기념해 열렸지만, 홍콩 시위대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9일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만 6개월이 되는 9일을 앞둔 날이면서 동시에 시위 현장에서 추락했다가 지난달 8일 숨진 홍콩과기대생 차우츠록씨의 사망 한 달을 맞는 날이기도 하다.

빅토리아 공원에 모인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자유를 위해 싸우자”, “광복 홍콩 시대 혁명”, “폭력 경찰 해체하라”, “홍콩인이여 복수하자” 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행진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는 “홍콩은 지금 대재앙과 같은 인도주의 위기를 겪고 있다”며 “홍콩인들이 오늘 거리에 나온 것은 전 세계에 우리가 정부와 경찰의 탄압에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에 참여한) 80만명은 대단히 큰 숫자”라며 “우리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집회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은 200명의 진행요원을 동원해 경찰이 요구한 행진 시작 시각과 경로, 마감 시간 등의 지침을 최대한 지키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시위대가 경찰이 요구한 행진 마감 시간인 밤 10시 이전에 모두 해산하는 등 이날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이날 시위가 대체로 평화롭게 치러지면서 그동안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폭력으로 얼룩졌던 홍콩 시위가 큰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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